북한 외무성은 1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유엔 안보리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응해 어쩔 수 없이 핵무기를 만들고 핵실험을 했는데 왜 유엔이 미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북한에만 제재를 가하느냐는 것이다.
외무성은 "조선반도 핵문제의 근원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못 본 체 하고 그에 맞서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려는 우리의 자주적 권리 행사는 범죄시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운운하는 것은 완전히 공정성을 상실한 비도덕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앞서 14일(현지시간) 유엔결의안 통과 당시 박길연 유엔 대사는 "안보리가 미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등 이번 결의안을 통해 공정성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업무에서 2중기준을 적용하려 고집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미국이 유엔을 조정해 국제문제에서 자의적 기준을 적용하는데 대해 국제무대와 언론 등을 통해 수시로 불만을 토로해 왔다.
국제무대에서는 모든 국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원칙만이 존재해야 하는데 "미국은 2중기준을 갖고 자국의 이익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나라에 대해서만 압력을 가해 불순한 목적을 이뤄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핵문제에 관한 미국의 2중기준 적용과 이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무기력증을 문제삼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작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 결과를 거론하면서 "핵문제에 대한 2중기준 적용과 반미국가에 대한 핵선제공격위협 등 미국의 핵정책이 핵위기를 산생(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현실적으로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밖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적용하고 있는 대우와 조치를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 4차 6자회담 시작 직전 미국이 NPT 가입국이 아닌 인도와 체결한 핵협력 공동성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한은 미국이 보여주는 핵문제의 대표적인 2중 잣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핵문제 외에도 북한은 미국이 반미국가의 인권문제를 구실로 체제전복을 노리고 있다며 미군의 이라크 전쟁 등에서 미군의 인권유린 행위를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2중기준과 유엔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 일부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부각시켜 자신들의 핵실험을 정당화하고 있는 셈이다.
외무성 성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또 "안보리가 이번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제도전복 책동을 체계적으로 일삼아온 미국을 비호하고 묵인한 역사적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유엔 안보리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은근히 중국과 러시아도 겨냥한 것.
이번 결의안 채택의 주모자로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공모자로 중국과 러시아를 끼워넣음으로써 이들 국가의 책임론을 지적한 셈이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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