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제보방 해주면 핵 포기” 메시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 국무위원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내놓은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가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가 핵문제 해결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과 미국의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추가 핵실험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분명하다. 그건 ‘핵 보유국’의 권리라는 것이다. 그걸 지금 포기할 리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도 상대해야 한다.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21일 평양 취재에 나선 <에이비시>(ABC) 방송과 “우리는 또 다른 실험을 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함께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중단했다.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추가 핵실험에 대한 권리는 보전한 셈이다. 탕자쉬안 위원이 방북 뒤 베이징에 와서 “자신의 방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 건 그런 의미다. ‘준비’를 중단했을 뿐이고 언제든 다시 준비에 나설 것이고 그건 또 다른 북한의 카드로 유효하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말’에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가 김 주석의 유훈이라는 말은 뭘 의미하는가? 이 또한 미국과 중국에 하는 말로, 핵 보유국이 북한의 목표는 아니라는 ‘최상의 언급’이다. 유훈은 김 위원장도 거역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의 6자회담 재개도 김 위원장의 이 말에서 시작됐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는 “ 지난해 김정일위원장-정동영 장관의 6·17 면담에서 언급한 것으로 기존 방침의 재확인이지만 핵보유국이 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체제 보장해주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왜 핵실험을 했는가? 그 이유는 두번째 메시지에 담겨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쟁 억제력이자 체제보장을 위한 카드라는 것인데, 10월3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성명은 이를 분명히하고 있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조선반도에서 우리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로 이어지는 ‘비핵화’가 아니라 조-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다.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립장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원칙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북핵 불용과 모순되지 않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북한의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한 것도 이런 문맥에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박은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할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일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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