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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미 ‘북 포위압박’ 구상 뜻대로 안돼

등록 2006-10-22 19:35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이 21일 러시아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마중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이 21일 러시아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마중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
라이스 4국 순방외교 결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을 들고 17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일본→한국→중국→러시아를 한바퀴 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순방외교가 21일 끝났다. 하지만 애초 목표로 삼은 북한에 대한 한-미-일-중-러 5자의 압박구도를 만드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라이스 장관이 거둔 일부 성과라면 4개국 지도자들로부터 북한 핵보유 불용과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이행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이 목표로 하던 5자공조 틀과는 거리가 있다.

안보리 결의안 전면 이행을 요구하는 라이스 장관이 각국으로부터 들은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라이스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순방 기간 도중 “각국이 이행할 목록을 들고 온 것은 아니며, 안보리 결의는 각국이 알아서 이행할 문제”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 라이스 장관의 이번 순방은 이를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돼버렸다. 그는 “각국이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에 다른 전략적 계산을 갖고 있다”며 “이번 순방은 초기 순방이고 모든 게 한꺼번에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이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발언이다.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만 대북제재에 대한 전폭적인 동참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대북 경협사업의 중단 요구에 대해 확실한 언질을 주지 않았다.

한·중·러·일 반응 제각각…긴장고조 원치 않아
전면적 제재 일본만 “동참”…대치 장기화될듯

6자회담 당사국인 동북아 국가들은 북한 핵무기가 가져올 전략적 환경변화와 위험성에 공감하면서도, 지역의 긴장 고조에 대해선 한결같이 반대했다. 라이스 장관이 일본 방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난 19일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청 장관까지도 “일본은 북한선박 수색에 동참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외교에 시간을 더 투여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라이스 장관의 방문에 앞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했던 중국은 유엔 결의에 따른 의무 이행을 강조했으나, 세부계획을 밝히지 않기는 한국과 마찬가지였다.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히는 중국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탕 특사의 방북 결과를 통해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특히 탕 특사의 방북은 위기 고조를 통해 대북 제재 압박 동참을 요구하려던 미국의 의도를 사전에 풀어버린 셈이 됐다.

러시아 역시 더욱 강경한 대북 제재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징계가 아니라 예방적 조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면적인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 쪽과는 다른 입장이다.

러시아는 또 6자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미간 금융제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미국과 북한 쪽의 유연한 대처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미국이 제재 압박 강화 이외에 별다른 해법을 내 보이지 못하고 관련국들이 이에 고개를 저으면서, 북핵문제는 장기적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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