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합의서로 충분”서 “적절하게 참여폭 조절” ‘정식참여’엔 한계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한국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23일 참여 확대 여부를 묻자,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유엔 제재위원회의 리스트 작성과 각국의 상황 등을 보면서 적절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각국이 구체적인 조처를 하기까지 1달의 시간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결의가 14일 나온 것을 고려하면, 아직도 3주 가량 더 검토를 할 시간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27~30일 바레인 앞 걸프해역에서 열리는 피에스아이 해상차단 훈련에 1~2명의 참관단을 파견하지만, 이 역시 “이미 8월 결정된 일로, 최근 북한 핵 사태와는 무관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국은 지난해 초 피에스아이 8개 분야 가운데 5개 분야에 참여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이래, 이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량살상무기 차단훈련을 포함하고, 역내·외 차단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하고 있지만 △정식참여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등 3개는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기존의 태도보다 좀더 진전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18일 “유엔 안보리 결의1718호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폭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리스트에 맞춰 참여 확대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 쪽의 지속적인 참여 확대 요구를 무조건 내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 핵실험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한·미·일이 정치적으로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일 양국 국방장관이 참여한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핵우산 제공’ 협의 도중 “한국이 반드시 피에스아이에 참여해야 한다”며 핵우산과 피에스아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폭 조절’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이냐이다. 정부 안에서는 한반도 주변해역에서는 해운합의서의 이행으로 대신하고, 다른 해역에서는 부분적인 참여확대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8월 발효한 해운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는 “남과 북의 선박이 상대 쪽 해역을 항행할 때 ‘무기 또는 무기부품 수송’을 하지 말아야 하며, 이 규정을 위반한 상대방 선박이 통신검색에 응하지 않는 경우 등에 정선과 검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안보리 결의 내용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도 정식 참여는 계속 유보하면서, 물적지원까지 참여 폭을 넓히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력충돌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정식 참여를 마지노선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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