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 복원 등 고려할듯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에서 합법 자금에 한해 동결을 푸는 선별처리 방침을 채택하면, 공은 중국에 넘어간다. 중국은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 동결 한달 만인 지난해 10월, 4대 상업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행(BOC) 마카오 지점에서도 몇십만달러 규모에 불과하지만 북한 관련 자산을 동결한 바 있다.
중국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해제 여부는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 북한 계좌에 대한 조사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라는 두 가지 조건에 의해 규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행 역시 이 계좌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불법 자금과 합법 자금을 나누고,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대북 금융제재에 중국이 협조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범죄담당 차관은 최근 “북한과 금융거래를 했던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북한은 곧 완전하게 고립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중국은행은 2월 미국이 이 은행의 홍콩 자회사인 츠위은행 지점 3곳을 조사하는 데도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런 중국의 태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근 북한으로 들어가는 의심스런 불법자금을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반돈세탁국 류롄거 국장은 “지난해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 동결 이후 북한과 자금을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일 전했다. 류 국장은 “다른 나라와 협조해 북한과의 불법 금융거래를 차단하고 있다”며 “중국 금융기관들이 국제적 관례, 특히 돈세탁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규정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중국 사법사상 처음으로 돈세탁 방지법을 제정했다.
중국은 6자 회담이 재개될 경우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예상되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을 중재할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북한의 민감한 태도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법적인 잣대 못지않게 북-중 관계 복원이라는 정치적 측면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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