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춘
6자회담 미국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다음달 말이나 8월 초쯤 6자 외무장관급 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러시아통’으로 꼽히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5월18일 북한의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된 박의춘은 9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8년 넘게 러시아 주재 대사를 역임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두차례 보좌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 1월 사망한 백남순 외무상의 후임으로 북한 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박의춘이 등장한 것도, 대러 관계를 강화하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기도 했다.
어릴 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라이스는 흑인이라는 점에 한계를 느끼고 ‘국제정치학’ 연구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노트르담 대학과 덴버 대학에서 학위를 땄으며, 특히 러시아 관계학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권유로 34살에 정부에 들어간 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인 1989∼91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붕괴 직전의 소련과 동유럽권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그가 한때 ‘체제 전환 전문가’로 불리며, 강경파로 분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13합의 이행의 발목을 잡았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송금 문제에 러시아가 ‘해결사’ 구실을 한 가운데, ‘러시아통’인 두 외무장관이 첫 대면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라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