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고 박아무개씨의 영결식이 열린 15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고인의 아들(23)이 영정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 등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 12일 방북했던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15일 ‘빈손’으로 돌아왔다.
윤 사장은 이날 오후 강원도 고성군 남북출입관리사무소에 도착해, 방북 기간 북쪽 명승지개발지도국 현지 책임자 3명과 만나 합동 진상조사 수용을 요청했으나, 북쪽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이번 사건 수습을 위해 합동조사가 절대로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북쪽에서는 합동조사는 필요 없다는 종전의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 협의의 가장 큰 목적인 합동 진상조사와 관련해 북쪽의 완강한 거부 입장만 거듭 확인하고 돌아온 셈이다.
진상 파악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사건 현장 인근의 폐쇄회로 티브이 녹화 기록에 대해서도 북쪽은 “사건 당시에 작동하지 않았다”며 제공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윤 사장은 전했다. 사건 시점과 경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재로선 유일한 물증 확보가 무산된 것이다.
윤 사장은 이날 저녁 방북 결과 보고를 위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사건 경위와 관련해 “그동안 보도된 내용과 다른 (숨진 박씨의) 발견 거리, 피습 거리, 출발 시간이 확인됐다. 몇 분, 몇 백 미터 차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내일 회견을 열어 밝히겠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북측도 이번 사건의 전개에 당황하는 면도 있고 상당히 고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북쪽이) 사건의 조사에 관해서 조금 성의를 가지고 하는 듯했는데 과연 우리에게 흡족한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또 “추가 방북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방북단의 사건 현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 사장은 “이번에 현장을 경계선상에서 보고 왔다”고 말했다. 경계선에서 200m 떨어진 북쪽 군사지역 안의 실제 사건 현장은 들어가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윤 사장은 이번 방북에 대해 “(남쪽) 정서와 여론, 조사 필요성을 전한 것 외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자평했다.
이번에 윤 사장이 만난 북쪽 관계자는 명승지개발지도국 과장급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아태평화위 실장급 이상 간부나 명승지개발지도국 국장급이 윤 사장을 상대하던 것에 대면 상당한 홀대다.
이번 방북에서 접점찾기에 실패함에 따라, 금강산 관광 중단과 남북관계 파행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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