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의선 육로 통행을 차단해 개성공단에 머물고 있던 남쪽 업체 직원과 공단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며 차로 향하고 있다. 파주·도라산/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개성공단 ‘반쪽 통행’]
북쪽, 국제사회 싸늘한 여론 의식 자충수 거둬들여
남쪽, 사흘뒤엔 기업 94% 올스톱…뾰족수 못찾아
북쪽, 국제사회 싸늘한 여론 의식 자충수 거둬들여
남쪽, 사흘뒤엔 기업 94% 올스톱…뾰족수 못찾아
개성공단 통행차단과 관련한 쟁점이 ‘민간인 신변안전’에서 ‘공단 운영의 지속성’ 여부로 돌아서고 있다. 북한이 16일 개성공단 육로통행 중 귀환만 허용하고 방북은 계속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날 북의 ‘반쪽 통행 허용’으로 남쪽 인원의 ‘억류’ 불안감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할 전망이다. 물론 북쪽의 일방적 귀환 차단 조처가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완전 해결’로 볼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13~15일 사흘 동안 발이 묶였던 미귀환자들이 돌아옴에 따라 이들을 둘러싼 ‘억류’ 논란은 사그러들게 됐다.
북쪽의 귀환 허용은 민감한 ‘민간인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건드린 데 대한 남쪽과 국제사회의 싸늘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쓴 것인데 오히려 북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등 자충수가 되자, 거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이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 카드로 쓰려는 시도를 멈춘 것은 아니다. 북쪽은 여전히 개성공단 남쪽 관계자들의 방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부자재와 현지 체류자의 식량, 난방용 가스 등을 실은 차량 출입도 불허했다. 나흘째 방북 차단으로 개성공단 기업활동에는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주 기업들은 호소하고 있다. 원·부자재 부족으로 상당수 기업에서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생산이 전면 중단된 한계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설문조사를 보면, 개성공단 출입 통제가 1주일만 지속돼도 입주기업 94%가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라고 답했다. 1주일까진 이제 사흘 남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쪽이 개성공단 중단까지 염두에 둔 채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북차단-귀환허용’ 조처가 계속되면 개성공단은 자연스레 공동화된다. 북쪽으로선 중단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공단을 고사로 몰아갈 수 있는 구도다.
그러나 북쪽이 ‘공단 중단’까지 감수하겠다는 의도를 띠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더 많다. 임을출 경남대 연구교수는 “개성공단을 닫게 될 경우 북으로선 정말로 대남 카드가 하나도 없는 곤궁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북쪽이 마지막 카드를 던질 만큼 지금을 결정적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도 드러난 게 없다. 북쪽은 지난해 12월1일 ‘1차 조처’라며 개성공단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했다. 그 뒤로 아직 2차 조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임 연구교수는 “1차 조처 이후 공단 내 북쪽 관계자들은 개성공단은 계속 끌고 간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며 “이번 경우도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공단을 압박카드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쪽이 ‘패’를 바꿔 들었지만, 남쪽은 이번에도 뾰족수가 없다. 기업들은 이날 당장 귀환 인원을 예정보다 35% 줄여 공단 공동화에 맞섰다. 정부는 계속해서 출·입경 계획을 보내고 통행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개성공단 철수까지 각오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귀환’ 문제가 일단 풀린 만큼 당장의 고려 대상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차분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주차장에서 방북절차가 재개되길 기다리며 이야기하고 있다. 파주·도라산/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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