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양저우서 나흘째 행보
대형 식품매장 돌아보며
쌀·식용유·우유에 관심
시진핑이 영접 관측도
대형 식품매장 돌아보며
쌀·식용유·우유에 관심
시진핑이 영접 관측도
23일 오전 9시 중국 남부 장쑤성 양저우시 영빈관에서 나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일행의 차량 행렬이 시내 외곽의 한장개발구로 향했다. 중국 동북에서 남부까지 3000㎞를 달려 전날 밤 양저우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이곳 일정은 첨단산업시설 시찰로 시작됐다.
한장개발구에서 김 위원장은 징아오태양에너지의 대규모 태양광전지 생산시설과 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이어 한국 엘에스(LS)도 입주해 있는 첨단산업기지 ‘양저우 즈구’와 공작기계 공장도 방문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오후 3시께는 리무진을 타고 숙소에서 약 100m 떨어진 식품유통기업 쑤궈의 대형 매장을 깜짝 방문해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글라스를 쓴 김 위원장은 점원에게 “식용유는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했으며, “쌀과 식용유, 우유에 관심을 보였다”고 매장 점원이 <지지통신>에 말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동행했으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과 식량난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나는 일정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밤 양저우가 고향인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함께 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장쑤성 예술단이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등 연회를 겸한 성대한 만찬이 벌어졌는데, 장 전 주석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인연이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이 2006년 이후 5년 만에 김 위원장과 ‘재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두 사람이 만났다면 북-중 간 전통적 우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장 전 주석이 상하이방의 맹주로 지금도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어 북-중 관계에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은퇴 지도자의 동정을 보도하지 않는 중국의 정치적 관례 때문에 만났더라도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낮에는 김 위원장 일행이 영빈관 근처 서우시호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이 호수는 1991년 장쩌민 전 주석이 김일성 주석과 함께 유람선을 탔던 곳이다. 이번 방중 동안 줄곧 야간열차로 이동한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숙박한 양저우 영빈관도 1991년 김일성 주석이 머물렀던 곳으로, 김 위원장의 이번 일정에선 ‘아버지의 향수’가 짙게 묻어난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22일 밤 양저우역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5월 김 위원장의 방중 당시엔 다롄에서 리커창 부총리가 영접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시 부주석은 23일 오후 베이징에서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를 접견한 것으로 확인돼 23일 일정을 함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다음 행선지로는 경제중심지 상하이가 꼽히고 있지만, 24일 양저우에서 가까운 난징을 들른 뒤 베이징으로 향할 것이라는 소식도 나온다. “상하이의 국빈관인 시자오빈관과 기차역에는 23일부터 공안들이 대거 배치됐지만, 김 위원장의 방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일 만큼 경비가 삼엄하지는 않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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