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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식 속도전, 곳곳서 부실공사 뒤탈”

등록 2013-08-01 20:12수정 2013-08-01 22:29

미 ‘자유아시아방송’ 보도
“빨리하라 재촉하니 대충대충”
마식령스키장도 장마에 큰 피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속도전을 강조하며 건설한 여러 오락·유희 시설들이 부실공사 탓에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31일 평양 주민의 증언을 인용해 김 비서가 주도해 새로 만들거나 재단장한 여러 놀이 시설들이 부실 공사 탓에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평양 시민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의 릉라인민유원지,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 등의 시설들이 요즘 보수 공사로 운영되지 않는다. 상부에서 너무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하니까 군인들이 일을 대충할 수밖에 없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 김 비서가 젊은 사람이 되어서 그런지 모든 일을 너무 재촉해서 부실 공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들 시설은 북한의 큰 축제였던 지난달 27일 ‘전승절’(정전 60주년 기념일)에도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관광객들을 받지 못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김 비서는 집권 뒤 인민들의 삶의 질을 강조하며 평양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여러 오락·유희시설을 건설해 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김 제1비서 관련 동정 기사를 보면, 그는 이들 시설을 몇 차례씩 찾아가 현지 지도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초 김 비서가 호소문까지 발표하며 속도전을 강조한 원산 부근의 ‘마식령 스키장’이다. 김 비서는 이곳에 여러 개의 대형 활강로, 호텔, 헬기 착륙장 등을 갖춘 세계적인 스키장을 서둘러 완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아리랑3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스키장 활강로에서 흘러내린 막대한 토사가 스키장 건물들을 덮쳐 큰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장마철을 맞아 큰 비가 내리는데도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강행한 탓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지난 경험을 돌아보면, 김 비서가 강조하는 속도전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정책으로 확인된다. 가뜩이나 물자가 부족한 북한에서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고 부실 공사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1998년 회고록에서 속도전에 대해 “인민들을 무리하게 내몰아 국가 경제 발전에 치명적인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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