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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전환’ 공약 뒤 ‘재연기’ 일사천리…한 입 ‘두 말’ 한 사람들

등록 2014-11-06 20:35수정 2014-11-07 14:00

[전작권 재연기] 흔들리는 군사주권
④ 누가 책임지나
“2015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군이 수행할 수 있는 체제가 되기 때문에 전작권 이양의 재연기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의지다. 우리의 전작권 전환 의지는 확실하다. 2020년대 중반에 조건이 충족되고 그러면 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번째 인용은 2010년 7월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보름 전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애초 2012년 4월이었던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뒤 <한국방송>(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 말이다. 두번째 인용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달 23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합의한 뒤 미국 워싱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모두 정부의 전작권 환수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을 다독이려는 발언이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말은 한-미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합의로 허언이 됐다. 한 장관 말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이유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 과정을 돌아보면, 한 입으로 두말한 꼴이 된 이들이 적지 않다. 첫손에 꼽히는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년 전 대선 과정에서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기조는 2013년 2월 인수위 보고서에서도 유지된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에게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한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대통령께 보고했고 대통령이 지침을 줬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과제’
김관진, 두달만에 ‘재연기’ 제안
김장수 실장도 배후 조정자 역할
한민구 국방은 실무과정 마침표

8년 전 한-미 전작권 전환 합의 당시 관여했던 인사들 중에도 이번에는 반대로 전작권 전환 재연기 과정에 핵심적 구실을 했던 이들이 있다. 김 실장은 지난해 국방장관 시절 미국에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요청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6월 합참의장 자격으로 한-미 군사위원회(MC)에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전작권 전환 추진 일정 등을 담은 ‘전략적 전환 계획’에 서명하는 등 전작권 전환 합의에 핵심적 구실을 했다.

박근혜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전 실장은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배후조정자 구실을 했다. 그러나 김 실장도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2월에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17일로 합의한 당사자다.

야당 “국회에서 다시 비준 받아야”

지난달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 약정에 서명한 한민구 국방장관도 전작권 전환 합의 당시에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실무 과정에 참여했고, 김규현 국가안보실 차장은 당시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대미 군사외교 담당자였다. 또 이번에 협상 실무를 총괄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당시 합참 전략기획처장으로 전작권 전환 실무를 뒷받침했다.

주목되는 점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 과정에서 전환을 위한 과제나 조건이 늘어나고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한·미는 이번에 전환 조건으로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한국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세 가지를 내걸었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대비는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전작권 전환 1차 연기 때 없던 내용이다.

국방부가 2011년 10월 김장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환을 위한 군사력은 한국의 ‘핵심군사능력’(연합방위를 주도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능력, 예컨대 전군지휘체계)과 미국의 ‘보완능력’(한국군이 능력을 갖출 때까지 한시적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능력, 예컨대 정보자산), 미국의 ‘지속능력’(한국군이 갖출 수 없어 미국이 계속 제공하는 능력, 예컨대 핵우산) 등 3가지로 분류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 이른바 지속능력으로 제공한다는 구도였던 것이다. 육군 3군사령관 출신인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달 2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핵·미사일은 미군이, 재래전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게 연합방위체제의 틀인데, 이번에 핵·미사일도 우리가 대응하도록 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초기대응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턱을 높인 만큼 전작권 전환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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