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한겨레>의 신상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기억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사진에디터가 '콕' 집어 추천하는 ‘사진에디터의 콕’을 체크하세요. 머스트해브(Must Have) 사진, 잇(It) 사진을 강창광 에디터가 골라 매주 금요일 전달합니다.
# 장면 1
2001년 11월9일 금강산려관에 로비에 촛불을 켜고 앉은 남북 장관급 회담 홍순영 남쪽 수석대표와 김령성 북쪽 단장. 금강산/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2001년 11월9일 북한 금강산에 있는 불 꺼진 금강산려관 로비에서 당시 홍순영 통일부 장관과 북쪽 김령성 단장이 다음날 열릴 예정인 제6차 장관급회담을 앞두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남쪽 대표단은 당시만 해도 육로를 통한 남북 왕래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속초항에서 북한 금강산지역 장전항으로 가는 배편을 이용했습니다. 남북 수석대표가 인사를 나눈 뒤 회담장이자 남쪽 대표단 숙소인 금강산려관으로 들어서자 정전이 된 실내는 어두컴컴했습니다. 급히 탁자 위에 촛불이 놓였습니다. 북쪽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어려운 전력난 탓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촛불 하나만이 남북 대표단 얼굴을 어슴푸레 비췄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연기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문제가 당시 주된 논의 사항이었습니다. 결국,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계속된 장관급회담은 결렬돼 대표단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 장면 2
2006년11월25일 오전 평양 대동강변에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 ‘평양의 아침’이 열리고 있다. 사진 왼편에 우뚝 솟은 삼각뿔 모양이 유경호텔이고, 대동강 둔치에 닿아 있는 기와지붕 건물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음식점 옥류관이다. 평양/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2006년 11월25일 짙게 깔린 안개를 밀어내며 평양 대동강 주변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갔습니다. 양각도호텔에서 내려다본 ‘평양의 아침’ 모습입니다. 대북지원 민간단체와 동행한 기자는 항공편으로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평양의 밤 풍경이 궁금해졌습니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려고 하는데, 꿈적도 하지 않아 자세히 살펴 보니 테이프로 창과 창틀 사이를 막아 놓았습니다. 겨울이라 그런 것인지, 보안 때문에 그런 것인지 역시 알 수는 없었습니다. 물어볼 수도 없고 어찌할까 고민하다 두려운 마음을 접고 테이프를 뜯어낸 뒤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평양의 아침’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두 장면은 제가 북한 지역에 가서 겪은 내용입니다. 벌써 10년이 다 돼 갑니다. 그 뒤로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악화한 남북관계 탓이 크겠지요. 북한에 가서 만난 사람들이 제한돼 있고 본 것도 극히 일부분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남북 사이 교류와 협력만이 통일로 가는 길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자주, 더 많이 가보게 될 줄 알았던 북한은 이제 모든 교류 창구가 끊긴 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군사적 충돌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뜬금없는 ‘통일 대박’을 외치며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은 이제 북한 도발에 대한 선제공격까지 말합니다. 아무런 반성과 성찰도 없이….
북녘 땅을 지척에 둔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수풀에 6일 오후 쓰러질 듯 위태롭게 북한군 모형이 서 있다. 서슬 퍼런 위협이 서로 겨누는 이곳, 저 마른 풀에 새싹 돋아나, 녹음이 세상을 뒤덮으면 저 북한군은 총을 내리고 허수아비가 될 수 있을까. 대지에 온기가 차오르는 봄, 외려 한줌 햇살이 더욱 간절하다. 파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 사진은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 세워져 있는 북한군 모형입니다. 아마도 군 훈련용이겠지요. 주변 갈대가 지난 2000년 9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 설명 중 한 부분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녹음이 세상을 뒤덮으면 저 북한군은 총을 내리고 허수아비가 될 수 있을까?’
사진에디터
ch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