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11월8일)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맞대결로 확정돼, 이들의 정책 경쟁이 앞으로 한반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의 한반도 정책 차이는 대북정책에서부터 한·미동맹, 무역·통상 분야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하다. 클린턴이 기존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반면, 트럼프는 기존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과 재검토를 외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클린턴이 당선되면 정책의 미세조정이 예상되지만, 트럼프가 승리하면 미국발 불확실성의 파고가 한반도를 덮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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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클린턴 현상 유지, 트럼프 불확실성 증가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 모두 북한 정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에는 큰 차이가 없다. 클린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가학적인 독재자”로, 트럼프는 ‘미치광이’로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북 접근법에선 차이가 나타난다. 클린턴이 집권하면 미국은 당분간 한·미·일 3자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강화,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강화 등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이 1기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2013)의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중국을 겨냥한 ‘재균형 정책’이 나왔고, 대북 기조인 ‘전략적 인내’가 추진된 사실에 비춰 보더라도, 큰 변화를 예상하긴 어렵다. 실제 클린턴은 2월 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미사 위협에 대해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통제하고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어떤 모습을 띨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가 대북 정책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클린턴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엇갈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2월 공화당 대선주자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중국에 김정은을 어떤 형식으로든지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김정은 제거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3개월 뒤인 5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는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고,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대화 상대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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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더 안 내면 스스로 지켜야”
두 후보는 군사동맹 등 전통적인 한·미 관계에 대해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클린턴은 강력한 동맹 네트워크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전 세계 동맹과 함께할 때 우리는 더 강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사일방어(MD)를 포함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클린턴은 6월의 한 연설에서 “국무장관 시절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한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 왔다. 여기엔 엠디 시스템 구축이 포함돼 있다”며 3국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트럼프는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미국의 역할 축소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3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 “두 나라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며 용인할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이는 오랜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 등에도 어긋난 것이어서, 실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대선 이후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은 높다. 트럼프는 5월 <시엔엔>(CNN) 인터뷰에선 ‘한국이 주한미군 인적 비용의 50%가량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왜 100% 부담은 안되냐”며 한국에 전액 부담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반면 클린턴은 “우리의 친구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동맹 강화'가 기본 원칙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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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두 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애초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가 주도했다. 그는 그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중국과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반해 클리턴은 애초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엷은 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됐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자신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지지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부각되자 입장 조정을 거쳐왔다. 클린턴은 지난달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불공정 무역협정에 대해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드러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대로 양국 의회의 동의를 받은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긴 어렵겠지만, 환율 등의 분야에서 한-미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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