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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옥류관 냉면도 앱으로 배달…손전화 ‘손맛’에 빠진 북한

등록 2019-03-19 04:59수정 2019-04-30 10:52

우리가 몰랐던 북한 ⑧
빠르게 퍼져가는 손전화 (2)
2019년 2월11일 북한 인민야외빙상장을 찾은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빙상장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2월11일 북한 인민야외빙상장을 찾은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빙상장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지능형 손전화기(휴대전화를 가리키는 북한말)’라 불리는 스마트폰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손전화가 몸에서 떨어지면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금방울 1.0’이 그 증거다. 북한 주민들은 필수품이 된 손전화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손전화는 북한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 손전화, 시장을 움직이다

“평양에서 사업을 할 때 스마트폰 3대를 썼다. 스마트폰으로 (장사할) 상품을 구입하고, (보낸) 돈이 정확히 도착했는지 확인한다. (상품을 싣고 오는) ‘써비차’ 기사와 연락해서 약속된 시간에 맞춰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고, 차가 도착하면 물건을 내린다. 기사가 (손전화로) 문자나 전화를 해서 실시간으로 위치, 도착시간을 알려준다. 장사에서는 시간이 돈이다. 스마트폰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평양에 살다 2017년 남쪽으로 온 정아무개씨)

“돈 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못 먹고 못살아도 손전화가 필수다. 사람들이 다 핸드폰으로 연결된다.”(2017년 남쪽으로 온 40대 여성)

손전화는 북쪽 상인, 사업가의 필수품이다. 북쪽에서 만든 물건을 중국에 내다 팔거나, 국경 밖에서 물건을 구입해 비용을 지불하고, 상품을 받아본 뒤 시장에 가져다 파는 일련의 과정에 손전화가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북쪽 상인이 북-중 접경지대에서 중국 물건을 들여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상품이 접경지역에 도착하면 은행 구실을 하는 ‘송금책’은 상인에게 손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해 “물건이 도착했다”고 알린다. 상인은 다시 송금책에게 연락해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한다. 손전화 덕분에 실시간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상품이 운송되며 자금이 오갈 수 있게 됐다. 재작년 남쪽으로 온 한 40대 여성은 “평양에선 다른 것은 없어도 핸드폰은 다 있다”며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다) 상품이 떨어지면 제때 호출해 주문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손전화가 널리 보급된 상태가 아니라서 지역별로 쌀이나 옥수수 가격이 달랐다”며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손전화가 확산되면서 상품의 전국 가격이 형성됐고, 국경과 내륙 지역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게 됐다. 손전화가 시장 네트워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역별 가격 차가 사라지면 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해진다”며 “물건을 만드는 이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생산성,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짚었다.

손전화는 ‘써비차’(service+car)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써비차는 개인이 기관, 당국에 등록한 차량을 운송사업 등에 활용하는 트럭, 승합차를 이르는 말이다. 개인들은 당국에 등록비, 월수입 일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써비차를 운영한다. 평양에서 장사를 했던 정아무개씨는 “(장사에) 써비차가 사용되는데, 운전기사나 북쪽 말로 ‘화주’라고 하는 사람이 써비차에 동승한다. 그 사람과 손전화로 연락을 하며 배송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해 5월 미국 한미연구소를 인용해 “북한 상인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물량과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며 특히 “휴대전화와 써비차는 ‘앉아서 상업하는 시대’를 여는 시너지 혁신 효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2018년 4월 평양 중구역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재일조선인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극장에서 나오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평양/진천규 통일 TV 대표
2018년 4월 평양 중구역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재일조선인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극장에서 나오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평양/진천규 통일 TV 대표

■ 욕망이 된 손전화, 삶에 스며들다

“옛날에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술 한잔 마시든지 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손전화로) 게임을 같이 하고 영화 보고 노래 듣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재산을 팔아서라도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 한다.” 평양 출신 탈북민 정씨는 손전화의 인기가 높은 나머지 여러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일단 한 사람이 북한 이동통신망(고려링크, 강성네트)별로 한대씩 등록할 수 있는데, 필요하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전화를 개통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손전화가 만든 ‘시장 네트워크’
상품구매·가격책정·운송까지
통화·메시지 등으로 실시간 처리
배달앱·전자상거래도 활발
“돈 벌려면 못 먹어도 손전화 필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존재’
게임하고, 노래 듣고, 영화 보고
전화기 모델이 인기 척도 되기도
잡지엔 무분별한 사용 경계 지적
“재산 팔더라도 손전화 갖고 싶어 해”

어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가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2016년 북에서 남으로 온 한 20대 여성은 “군대 간 친구들도 손전화를 사달라고 집에 전화하고, 손전화 없으면 학교 안 간다고 떼쓰는 애들도 봤다”며 “남쪽은 할부로 살 수 있지만 북쪽에서는 한번에 내야 한다. 큰 돈이라서 못 가진 친구들도 적지 않았는데 전화기를 들고, 안 들고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폰 기종에 따라서 생활수준을 평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홍민 실장은 “어떤 손전화를 가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부나 집안환경을 보여준다”며 “구별짓기의 도구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손전화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 놀이문화도 바꿔놨다. 손전화로 ‘셀카’를 찍고, 손전화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친구들과 함께 오락을 즐긴다. <한겨레>가 입수한 북한 최신형 손전화 ‘평양2423’(2018년 10월 출시)에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네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주패놀이(카드게임) 앱이 설치돼 있다. 북한 내부 인트라넷에 접속해 비용을 지불하면 수백여가지 게임은 물론, 다양한 노래, 동영상, 도서들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혈압, 심박수 등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앱, 논밭을 관리하기 위한 앱도 깔려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손전화와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도 등장하고 있다. 2017년 북한 교육신문사가 펴낸 <고등교육>에는 “손전화로 조종하는 장식등”이라는 글이 실렸는데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손전화기를 이용하여 (장식등의) 모양과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밝기도 조절”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2017년 10월 평양 지하철 부흥역에서 영광역 사이 열차 안에서 시민들이 손전화를 보고 있다. 평양/진천규 <통일TV> 대표
2017년 10월 평양 지하철 부흥역에서 영광역 사이 열차 안에서 시민들이 손전화를 보고 있다. 평양/진천규 <통일TV> 대표

■ 북한 학부모도 ‘폰 중독’ 고민

“북쪽에서도 부모들이 애들이 세살 때부터 아동영화, 만화영화를 틀어준다. 내 조카들은 유치원에 다녀와서 부모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하고, 안 주면 징징거리기도 한다.”(탈북민 정씨)

탈북민의 증언과 북한 문헌을 살펴보면 북한 사회가 손전화로 인한 각종 부작용, 사회적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의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2010년 50만명 수준에서 2012년 1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시기를 전후로 북한의 잡지 등에 무분별한 손전화 사용을 경계하는 취지의 글이 실렸다. 2014년 2.16예술교육출판사가 펴낸 잡지 <예술교육>은 ‘손전화기 사용에서 주의할 점’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젊은 사람들 속에서 망막박리 증상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며 “그 원인은 바로 밤에 손전화기를 자주 사용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근로단체출판사의 잡지인 <조선녀성>은 “잠자기 전에 손전화를 하면 불면증과 머리아픔, 집중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2019년 3월10일 남한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진행했다. 사진은 투표소에 나온 북한의 한 가족이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2019년 3월10일 남한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진행했다. 사진은 투표소에 나온 북한의 한 가족이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옥류관 냉면도 손전화로 주문

북한에도 손전화로 음식을 시켜 먹는 ‘배달앱’이 있고, ‘워킹맘’들이 손전화 앱으로 장을 보는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월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옥류’라는 앱을 소개하면서 손전화기 이용자가 그해 2월부터 망에 접속해 ‘옥류’에 가입하면 상품을 검색하고 구입까지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앱을 통해 각종 요리를 주문하는 것은 물론 식료품, 화장품, 의약품, 신발, 가방 등 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매체는 특히, 옥류관의 대표 메뉴인 평양냉면도 ‘옥류’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특히 직장에 다니는 가정주부들 속에서 상점에 가지 않고도 필요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반향이 많다”고 전했다.

노지원 김지은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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