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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미 공중연합훈련 추가 축소로 ‘비핵화 협상’ 지렛대 삼나

등록 2019-11-15 21:24수정 2019-11-16 02:32

북, 공중훈련에 강한 적대감
이달 들어 연달아 대미 압박
권정근 “인내심 한계점” 경고
김영철, 노골적 요구 담은 담화
“미국 빠지든가 완전히 중단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공중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체해 이달 중 조정된 형태로 시행하기로 했던 훈련을 추가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한 것은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의 이후 중단된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북-미가 최근 공개적으로 대화 재개를 향한 신호를 주고받는 상황이어서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미는 이번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정의 수준과 내용에 대해선 결론을 보지 못했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향에서 ‘최적의 결심’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훈련의 시기와 투입되는 전력의 규모, 한·미가 함께하는 방식 조정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훈련을 유예하는 방안까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의 이런 결정은 권정근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응답→김명길 북-미 실무회담 수석대표의 대화 용의 천명→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의 화답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나왔다. 신호가 최근 열흘 사이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북-미 간에 공개되지 않은 접촉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권 순회대사는 지난 6일 한·미 공중연합훈련 실시를 ‘대결선언’으로 규정하고, “인내심이 한계점을 가까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13일에는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까지 거론하며 훈련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미국은 훈련을 추가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 안보협의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태세를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외교관들이 한국과 더불어 북한과 앉아 테이블에 올려둔 문제들이 협상을 통한 해결로 전진할 수 있도록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에 14일 김명길 수석대표의 담화를 통해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곧이어 김영철 위원장도 담화를 통해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유의한다면서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관건은 훈련 조정의 수준이다. 김영철 위원장은 미국이 훈련에서 빠지거나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희망사항으로 제시했다.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체한 훈련에서 한·미는 대대급 이하에서만 함께 훈련을 했는데, 미국이 여기에서도 빠지라는 얘기다. 사실상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군 관계자는 “이렇게 될 경우 한·미가 이른바 ‘데이터 링크’를 통해 연합훈련의 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훈련의 추가 조정을 통해 북한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해도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새로운 셈법이란 숙제가 남는다. 김명길 수석대표는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못박았다.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란 사실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도의 대북제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 또는 완전 해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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