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룡악산비누공장에서 19일 직원들이 소독수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도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북-미 관계 추동을 위한 구상을 설명하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를 통해 공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었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며 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전했다. 친서를 받은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피해에 위로를 전하자, 이튿날 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전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남·북·미 정상들의 ‘친서 외교’가 재현된 셈이다. 정상들 사이의 신뢰를 유지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공백’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이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전날 실시한 인민군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의 화력훈련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바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을 향해 개인 담화를 낼 만큼 정치적 위상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친분관계를 확언하고,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북-미 관계를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며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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