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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트럼프, 김정은에 친서…"코로나 방역 협조할 생각 있다"

등록 2020-03-22 08:34수정 2020-03-23 02:41

제1부부장 명의 담화…“트럼프, 북-미관계 구상 설명”
남북미 정상 친서외교로 ‘비핵화 협상 공백’ 관리
“친분에 기대해선 안돼…공정성과 균형 보장해야”
청와대 비난에 이어 트럼프 친서 공개까지 위상 과시
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룡악산비누공장에서 19일 직원들이 소독수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도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룡악산비누공장에서 19일 직원들이 소독수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도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북-미 관계 추동을 위한 구상을 설명하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를 통해 공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었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며 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전했다. 친서를 받은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피해에 위로를 전하자, 이튿날 문 대통령이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전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남·북·미 정상들의 ‘친서 외교’가 재현된 셈이다. 정상들 사이의 신뢰를 유지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공백’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이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전날 실시한 인민군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의 화력훈련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를 거칠게 비난한 바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을 향해 개인 담화를 낼 만큼 정치적 위상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친분관계를 확언하고,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북-미 관계를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며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은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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