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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면목 없다” “고맙다” 눈물 훔친 김정은

등록 2020-10-11 20:01수정 2020-10-12 10:51

특유의 ‘인민대중제일주의’ 부각

16차례에 걸쳐 ‘감사’ 표현
“방역·재해 복구전선 영웅적 헌신”
검은 인민복 대신 회색 정장 차림
‘경제건설 매진’ 주민 결집 메시지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0일 0시.

불꽃이 평양 김일성광장의 하늘을 수놓자 “와” 하는 군중의 함성 소리와 함께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시작됐다.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소 입던 검은색 인민복 대신 회색 양복 정장에 회색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다. 21발의 예포가 발사된 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김 위원장은 “경사스러운 10월 명절을 맞이한 온 나라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을 부르며 입을 뗐다.

연설 초반 “올해 예상치 않게 맞다든 방역전선과 자연재해 복구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이라던 김 위원장의 목이 메었다.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평양시 당원들로 구성된 수도당원사단의 노력을 언급하고서는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면목이 없다”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표현을 써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와 자연재해, 제재로 분투하고 있는 인민들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특유의 ‘인민대중제일주의’ 통치 스타일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고 존엄’의 무오류성을 다시 한번 스스로 부정하면서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쓴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한명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등 인민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열여섯차례나 썼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연설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김 위원장의 인민대중제일주의”라며 “기존의 사회주의 지도자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LED 에어쇼·불꽃놀이·횃불행진…

핵 무력 뒤 ‘전략국가’ 자신감 표출

양옆 지킨 리병철·박정천 존재감

부인 리설주는 9개월째 두문불출

전례가 없는 이번 ‘심야 열병식’은 10일 저녁 7시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2시간16분 분량으로 중계방송됐다. 열병식인 만큼 이날은 군을 책임지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행사 내내 김 위원장의 양옆을 지켰다. 이 두 사람은 전략무기 개발 주역으로서 최근 원수 칭호를 받았다. 특히 리 부위원장은 중간중간 김 위원장과 귓속말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석단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재룡·최휘·김영철·박태덕·최부일·김수길·태형철·오수용·김형준·허철만·조용원 등 당·군간부들이 자리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참석했으나,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리설주는 2018년 2월 건군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으나, 지난 1월 삼지연 극장 설명절 기념공연 관람을 끝으로 9개월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는 외빈에 대한 소개도 없었다. 2018년 9월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때는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쿠바·스웨덴·시리아·알제리 정부 대표단이 참석했다.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바퀴가 11축 22륜인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려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었다. 이즈음 화면에 비친 군악대 지휘자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때 남쪽을 방문해 삼지연관현악단을 지휘한 장룡식으로 바뀌어 눈길을 끌었다. 함께 방남했던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화동들이 건넨 꽃을 김 위원장한테서 넘겨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밖에도 이날 행사는 조명(LED)이 설치된 전투기 쇼, 불꽃놀이, 횃불 행진 등 볼거리로 가득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핵무력 완성 이후 전략국가로서의 축제적 시위를 한 것 같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전략국가로서의 자신감을 심어주고 경제건설에 매진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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