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1.1.11.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한 신년사에서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20일)에 맞춰 다시 한반도에 대화 국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코로나에 대응하는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희망한다”며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방역 협력과 공동 대응 등을 통해 남북 간 접촉면을 넓혀가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는 “코로나 협력은 가축전염병과 자연재해 등 남북 국민들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협력이 갈수록 넓어질 때 우리는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방역협력 제안은 이미 북한이 거부감을 나타낸 사안이어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현재 남조선 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이라며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며 남북대화 재개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 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의 비핵화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한다.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신년사에서 최근 북한의 한-미연합연습 중단 요구 등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총비서는 이번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한을 향해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립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해야 한다며 △한-미연합연습 중단 △첨단군사장비 반입 중지 등을 요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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