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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미 정상 ‘하노이 역풍’ 막고 ‘대북 관여’ 방향타 돌렸지만…

등록 2021-05-23 15:37수정 2021-05-24 07:56

“실용적 접근” 강조하며 대화창구 마련
북핵방법론·연합훈련 언급 없는 한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North Korea)이라는 약칭이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라는 정식 국호를 명기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이 늘 자신들을 무시·폄훼한다고 여겨온 북으로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쪽이 북·미 대화·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제재 완화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문제와 관련해선 진전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핵과 제재가 뒤엉킨 북·미 적대관계를 “어떻게” 해소하려고 하는지는 밝히지 않은 셈이다. 출범 초기 안팎의 각종 난제에 집중하느라 ‘준비’가 부족한 사정 때문일 수도 있고, 북-미 양자 대화 과정에서 직접 밝히려 이번엔 공개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과 공동성명에서 밝힌 대북정책 기조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역풍’을 차단하고 ‘대북 관여’ 쪽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첫째, ‘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2018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공동성명 문구가 대표적이다. 한반도냉전구조 해체의 강력한 힘이 작동한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계승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 방법”으로 “북한과의 외교”를 탐색하겠다는 공동성명 문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북·미 대화의 전용 창구를 지정·개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성김 대사가 대북특별대표로 일하게 된 것을 발표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미국이 북한과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일반의 예상을 깨고 북한인권대사보다 대북특별대표를 먼저 임명해 공개한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인권’보다 ‘북핵문제’를 우선 과제로 삼아 ‘갈등’보다 ‘대화·협상’을 선호한다는 방증이어서 북쪽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계 이민 1.5세대인 성김 대사는 20년 넘게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온 미국의 정통 외교관(6자회담 대표, 대북정책특별대표, 한국대사 등)으로 ‘온건 합리 성향’이라 북의 거부감이 적다.

셋째, 북한 ‘존중’ 의사를 강조하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나름 애를 썼다.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른 게 ‘존중’의 징표라면, 북쪽이 “반공화국 모략 선동”이라고 비난해온 ‘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 인권 상황 개선 협력” 과제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 계속 촉진” 의지와 한 문장으로 엮어 ‘대북 자극’을 줄이려 했다.

넷째,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지 않은 사실도 북쪽엔 ‘나쁘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의 외교안보팀이 북의 외교안보팀을 만나서 (‘핵 문제’와 관련한 북쪽의) 정확한 (협상) 조건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무언가를 약속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의 이러한 명확한 ‘대북 관여’ 기조 천명에도, 김 위원장이 즉각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의 시금석으로 꼽은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여부와 관련한 실마리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 “합동 군사 준비 태세 유지의 중요성 공유”를 명시했다.

또 북쪽이 ‘핵위기’로 표상된 ‘북·미 적대관계’ 해소 방법론으로 줄기차게 제기해온 “단계적 접근-동시 행동”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단계적 접근에 한미 간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며 “북한의 긍정적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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