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열린 한-미 연합군사훈련에서 두 나라 군인들이 경북 포항시 송사면 조사리 해안 일대로 상륙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군 55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8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실기동 훈련으로 시행하려는 포석이라는 미국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공급 약속에 대해 “(그동안 중단돼 왔던)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그동안 유지해 온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일시 유예 입장을 더 이상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55만명의 모든 한국군 병사가 8월까지 백신을 접종하면, 8월에 코로나 확산 위험 없이 실기동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앞선 18일 폴 라캐머라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군사적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실제 훈련이 가상 훈련보다 당연히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방송의 질의에 “구체적인 계획은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중단 상태에 있는 남북 교류와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임기 내 전시 작전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맞추려면 매년 8월 열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가급적 실기동 훈련으로 해야 하지만, 이 경우 북한이 크게 반발하며 대화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3월 한-미가 연합훈련을 실병력 이동이 없는 ‘지휘소 훈련’으로 간소하게 치렀는데도 16일 항의 성명을 내어 “남조선 당국이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련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면서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김 부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남이 “대화를 부정하는 적대 행위에 짓궂게 매달리”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남의 통일부) 정리 △금강산 국제관광국 등 관련 기구 해체 △9·19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 파기 등 남북 관계의 ‘완전한 파탄’을 의미하는 여러 보복 조처를 취하겠다는 위협도 했다.
북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4월 북-미 대화가 시작되자 조선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조처를 발표한 뒤, 이를 지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발적인 성격을 갖는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며 이에 화답했었다. 이후 한-미는 매년 3월과 8월 시행해 온 대규모 연합훈련을 축소·유예·중단해 왔다. 2020년 이후엔 코로나 위기까지 겹치며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인 완전운영능력(FOC)·완전임무능력(FMC)의 검증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