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현지 교민과 공관원들이 곧 아프간을 탈출할 계획이다. 현지 한국대사관은 15일 잠정 폐쇄하고 대사관 직원 대부분은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철수한 터라, 아프간에는 최태호 아프간 대사를 포함한 대사관 직원 3명만 남은 상태다. 급변하는 현지 상황에 따라 이들의 행보도 곧 결정될 전망이다.
외교부의 설명을 16일 종합하면,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고 순식간에 아프간 정부가 스러진 전날 상황은 현지 대사관과 외교부 본부에도 급작스러웠다. 우방국으로부터 ‘빨리 카불공항으로 빠져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은 건 전날 오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 주재 본부-현지 대사관 화상회의 중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회의를 마무리하고 장관이 최 대사와 상의했고 일단 뺄 수 있는 것은 다 빼라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잠정 폐쇄하고 현지에 남아 있는 한국인 1명의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 대사 등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사관 직원들은 주요 문서 폐기 및 파일 처리 등 대사관 폐쇄에 필요한 조처를 서둘러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들은 애초 한국 시각으로 15일 밤 9시 반에서 10시 사이 미군의 도움을 받아 카불공항을 출발하기로 돼 있었다. 올해 초 미국 정부와 ‘유사시에는 철수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어 준비된 퇴로였다는 게 외교부 쪽 설명이다. 육로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은 미군 헬기로 카불공항 내 미군이 통제한 활주로로 갔다. 공습경보가 울리면서 이들의 이륙은 예정 시각보다 2시간 뒤에야 이뤄졌다. 이들은 미군 항공기를 타고 중동 지역 제3국으로 이동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의 정보 당국은 미군이 철수하고 있는데 카불이 석달은 버틸 것으로 예상했다”며 탈레반의 카불 진입도 아프간 정부의 항복도 예상치 못하게 빠르게 전개됐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앞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현지에 체류 중이던 재외국민들에게 아프간을 떠날 것을 계속 권고했고 기업 주재원 등은 급히 떠났다. 자영업을 하던 교민 1명이 주저했지만 그도 16일(현지 시각) 아프간을 떠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아프간 공관이 폐쇄됐지만, 앞서 리비아·예멘 사태 때의 선례를 고려하면 외교부는 제3국에 임시 공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