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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대금 압류로 ‘현금화’ 쉬워졌지만…강제동원 피해 배상 ‘험난’

등록 2021-08-19 16:46수정 2021-08-19 16:51

지난 2015년 6월1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 사진전.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2015년 6월1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 사진전. <한겨레> 자료사진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미쓰비시 중공업에 국내 기업이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하면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원고 변호인단은 역사적 사실인정과 사과를 전제로 원만한 결론 도출을 위한 ‘협의’에 나설 수 있다며 미쓰비시 쪽을 압박했다.

원고 변호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는 1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 법원 결정의 특징은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을 압류한 것이다. 이 결정의 효력이 확정되면 추심명령에 따라 즉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뤄졌던 특허권·상표권 압류 때와 달리 별도 자산 평가 등의 절차 없이 신속히 현금화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일제 시기 근로정신대로 동원돼 큰 피해를 입은 양금덕(90) 할머니 등 원고 4명은 이달 초 트랙터 등을 생산하는 엘에스그룹의 계열사인 엘에스엠트론이 미쓰비시 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물품 대금 8억5천만원 관련 채권을 압류해달라며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법원에 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이를 받아들였고, 이 결정문이 18일 엘에스엠트론에 도달하면서 압류 효력이 발생했다. 이 결정에 따라 엘에스엠트론은 일단 이 돈을 미쓰비시 중공업에 지급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 미쓰비시 중공업, 후지코시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8년 말 최종 승소한 지 3년이 흘렀는데도, 이런 복잡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판결 이행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원고들은 2019년 초부터 한국 내에 있는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찾아내 압류를 신청한 뒤 강제로 현금화하는 절차를 진행해 왔다.

미쓰비시 중공업의 경우 원고들은 2019년 3월 대전지법에 이 기업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인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해 압류신청을 해 승소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이 압류결정문의 송달을 거부해 1년 넘는 시간이 허비된 끝에 가까스로 지난해 12월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했다. 그러자 미쓰비시 중공업은 지난 1월 초 이 결정에 불복한다며 즉시항고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지만, 기업 쪽에선 6월9일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이렇게 압류명령의 효력이 확정된다 해도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채무자의 의견진술’과 ‘자산에 대한 감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현금 자산을 압류하게 되면서 자산 감정 절차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금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앞서 이뤄진 특허권·상표권 압류 때와 마찬가지로 일본 외무성의 송달 거부→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일본 기업의 즉시항고→재항고 등의 긴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일본 기업들이 이미 고령에 이른 양금덕 할머니 등의 사정을 생각해 원고들과 성실히 협의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예상대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옛 조선반도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사법절차는 명확히 국제법 위반이다. 만약에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일한 관계는 심각한 상태가 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는 거듭 한국 정부에 말해왔다”고 했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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