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한국 정부의 아프간 재건 사업에 조력한 현지인들의 국내 이송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지에서 우리한테 도움을 주었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문제가 시급하다”며 “짧게는 1년, 길게는 7∼8년을 우리 공관과 병원 등에서 근무한 분들인데, 탈레반 정권이 들어오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그분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확보해 드려야 하는 국가적 문제의식과 책무를 갖고 있다”며 “이분들의 국내 이송 문제를 포함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송 대상으로 검토되는 아프간 조력자들은 400여명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도 이날 저녁 문자 공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한 현지인 직원 및 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내 이송을 포함하여 검토하였고, 우방국들과 추진 방안을 다각도로 협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정부가 이들의 국내 이송 문제에 대해 입장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실장은 또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의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은 지리적 여건이나 편의성에 따라 미국은 중동이나 유럽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프간 난민 관련 ‘미국 쪽의 요청이 있었는지’ 묻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게 “초기 단계를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관련 질문에도 “미국 측의 난민수용 문제는 전혀 한-미 간에 협의되지 않고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현재로선 미국 입국에 앞서 아프간 난민의 임시 수용처로 주한미군 기지가 활용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지난 18일과 20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주재로 열린 아프간 상황 관련 20여개국 외교차관 화상 회의에 참석한 만큼, 이 자리에서 미국 쪽의 포괄적 협조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아프간 난민들을 미국 등 최종 목적지로 이송하기 전에 ‘경유지’로 카타르, 독일, 쿠웨이트, 스페인을 꼽았다. 미국에 특별이민비자(SIV) 신청자 등 아프간 난민들에 대한 신원 확인을 포함한 서류 작업을 진행할 동안 이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장소를 위해 걸프, 중앙아시아와 유럽 국가들과 협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아프간 난민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있는 미국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검토 대상으로는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가 거론돼, 국내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한편 서 실장은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아프간 상황도 있고, 국제사회 동향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적 수용성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간인에 대해선 “법무부에서 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체류 아프간인을 4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체류 연장 가능한 아프간인이 있을 테고 연장이 안 되는 분들은 돌아갈 곳이 없으니 인도적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를 법무부가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지은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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