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각)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서 버스로 이동하며 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대법원이 대선 불복 폭동 수사 대상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포함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14일 보도했다.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민주주의에 맞서 지속적으로 비겁한 음모를 꾸며 ‘예외상태’(state of exception)를 만들려는 공인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법원에서 검찰 청구를 받아들여 미국 플로리다로 도피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송환 가능성도 커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달 중 돌아갈 것”이라 밝혔지만, 실제 귀국 여부나 그 시점은 미지수다.
앞서 브라질 검찰은 지난 8일 브라질리아에서 벌어진 ‘반민주적 행위’를 부추기는데 관여했다는 혐의 등으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개시를 대법원에 청구했다. 브라질에서 형사수사권은 원칙적으론 경찰이 가지고 있다. 헌법상 입법·사법·행정부에서 독립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 검찰은 예외적으로 법원 등 결정을 통해 수사 개시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
브라질 검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대선 과정에서 사법부 부당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취지의 동영상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사실을 수사 개시 사유로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영상 게시 시점은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을 쑥대밭으로 만든 폭동 사태 이후이지만, 검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이유가 충분하다는 태도다.
브라질 검찰과 경찰은 대통령궁 등에 난입해 기물 등을 파손한 폭동 행위자, 이들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을 한 자금책, 온라인에서 각종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한 정보통신망법 위배자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른바 ‘애국 캠프’에서 활동한 보우소나루 지지자 등 현재 1200여 명이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엘파이스> 스페인어판은 보도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