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 홈페이지의 관련 사진
정부 주의에도 한국교인 참가강행
“소말리아가 끝나니, 이젠 아프가니스탄인가 ….”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31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마자리샤리프·바미얀 등지에서 8월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열릴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를 두고 한 말이다. ‘아프가니스탄2006운동본부’ 주도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한국과 미국의 1천여개에 이르는 작은 교회 신도 2천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외교통상·법무·국방·문화관광·건설교통부 장관과 경찰청장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행사 취소 및 한국민의 아프간 방문 자제를 촉구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27일부터 이 행사가 끝나는 적절한 시점까지 관광비자를 지닌 한국인의 입국을 불허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주 행사장인 ‘카불올림픽경기장’ 사용 허가도 내주지 않고 있으며, 행사 참가자들이 ‘허가 없이 행진 등을 하면 체포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아프간 현지에는 행사에 참여하려는 한국인 500여명이 들어가 모듬별로 현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350여명의 미국 거주 동포들도 행사에 참여하려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는 입국 불허 대상이 아니어서 아프간 입국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긴급 용무가 없으면 신속한 귀국을 권고하게 되는 ‘여행제한’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이보다 위험도가 높은 ‘여행금지’ 대상은 이라크뿐이다. 실제 아프간에선 연합군 및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의 교전으로 지난해 1600여명이 죽었고, 올 4∼6월 석달에만 1100명이 죽었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의 안전문제를 조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비정부기구 안전사무소’(ANSO)의 크리스천 윌라치 소장이 “이슬람이 아닌 외국 종교 단체 주도 행사는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2006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을 내어 “외교부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만을 생각하는 무사안일 보신주의에 따라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시아 최대 빈국을 도우려는 평화행사를 무작정 반대만 하고 있다”며, 행사 강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운동본부는 3일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행사를 막을 법적 권한은 없다”며 “끝까지 행사 취소를 설득하되, 행사 강행에 대비해 안전 조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1일 외교부·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아프간 현지로 보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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