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반총장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 2006-12-31 17:44수정 2007-01-01 10:09

뉴욕의 유엔 건물 일반인 출입구 앞에 전쟁을 반대하는 상징물인 휘어진 총 뒤로 회원국들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욕/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뉴욕의 유엔 건물 일반인 출입구 앞에 전쟁을 반대하는 상징물인 휘어진 총 뒤로 회원국들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욕/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유엔의 재구성 1부 : 반기문 체제 출범

반기문 총장에게 세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빈곤을 치유할 개발, 인권 그리고 평화는 유엔의 3대 과제다. 그 현장에 서 있는 세 사람의 목소리를 담았다. 소액대출로 빈민층의 가난 탈출을 도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세계적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국장, 조국 이라크의 참상에 마음 아파하는 바그다드의 의사 하이셈 카심 잘잘라가 반 총장에게 그들의 바람을 전한다.


“세계인구 절반이 가난에 허덕이는 지금, 2015년까지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는 새천년개발계획 실현에 힘써 주십시오”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무함마드 유누스
무함마드 유누스
반기문 사무총장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최근 사무총장 인수팀 사무실에서 당신을 뵙고, 사무총장께서 이끌 유엔의 중요 과제들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세계에서 빈곤을 사라지게 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세우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불안한 시대에 당신은 어렵고 심각한 분쟁들을 해결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무총장께선 세계의 빈곤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빈곤 문제는 중요한 인권 문제이며, 당신의 임기 동안 큰 기회와 도전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시간과 에너지를 50 대 50으로 나눠 빈곤과 평화에 쓰길 희망합니다. 빈곤은 세계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고질적인 문제이며,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그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존경받는 지위를 발판으로 삼아서, 사무총장께선 현재 27억명이 하루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계속 기울이도록 할 수 있습니다.

빈곤이 새로운 문제는 아니지만, 이제 새롭고 창의적인 해법들이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전세계가 새천년개발계획(MDG)을 실현하도록 이끌 ‘제1의 지도자’로 여기십시오. 2000년에 유엔이 채택하고 2005년에 재확인한 새천년개발계획의 중심 목표는 2015년까지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는 강조합니다. 그 안에 포함된 8가지 목표들은 빈곤에 맞서려면 다양한 면에서 노력해야 하며, 경제·사회적 발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진실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이 때문에 밀레니엄개발계획은 보편적 교육, 환경보호, 모성과 어린이의 보건 향상, 질병과의 싸움 등의 다양한 척도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선 회원국들이 새천년개발계획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의지를 정비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이것은 미래를 위한 굉장한 공헌이 될 것입니다.

유엔의 단합된 힘을 단호하게 활용하면 빈곤의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무총장께선 정부, 기업, 기술 전문가들, 비정부기구(NGO), 재단, 개인들, 그리고 유엔 그 자체 등 이질적 분야를 하나로 뭉치게 해 지속적인 변화를 이룰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당신의 지도력으로 모든 분야와 개인들, 그리고 가난한 이들 스스로가 사회·경제·환경의 진보를 이뤄낼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에서, 우리는 사회개발과 자본을 얻을 수 있다면 가난한 이들이 힘을 얻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전세계 인구의 약 3분의 2는 공식적인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며, 재산을 일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본금도 없습니다. 빈곤이 사라지게 하려면 새 제도들을 만들고, 오래된 정책과 개념을 고쳐 새 정책과 개념을 설계하고, 빈곤한 사람들에게 정보와 기술들을 제공해 그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그라민은행 같은 소액대출 제도나 혁신적인 구상들의 임무가 인류의 진보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지난달 저는 영광스럽게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현명하게도 빈곤을 완화시키기 위한 투자가 평화와 안전을 위한 투자라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2015년까지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려는 새천년개발계획을 달성하는 것은 분명 세계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략입니다. 당신의 지도력이 우리가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당신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무하마드 유누스


“다르푸르 사람들의 고통을 주시하고 북핵보다 인도적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인권 유린 희생자들의 대변자가 되길”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국장

케네스 로스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님

유엔 사무총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무총장께선 인권에 대한 유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유엔을 이끌게 되셨습니다.

유엔 기구의 지도자로서, 최고 대변자로서 당신은 강대국 정부들이 인권을 유린할 때 인권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당신이 일찍부터 공개적으로 인권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들에게 유엔 사무총장이 전세계의 인권 유린 희생자들의 대변자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전 사무총장들과 마찬가지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당신의 성공은, 세계의 끔찍한 인권유린에 대해 유엔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될 것입니다. 세계 지도자들은 대량학살과 인종청소, 전쟁범죄, 비인도적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유엔이 르완다에서 대량학살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을 보면서 이 ‘보호할 책임’이라는 원칙이 나오게 됐습니다. 당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 원칙을 다르푸르 같은 곳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다르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국제적 범죄에 대해 유엔이 보인 무기력함, 유엔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수단 정부의 태도는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말 뿐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무총장의 지위를 발판 삼아, 다르푸르 사람들이 격는 고통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아프리카와 아랍국가들이 수단 정부에 의한 다르푸르 학대를 끝내도록 제재 또는 평화유지군 파병에 동의하도록 설득해 중요한 역할을 하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당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국은 자국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외교관계에서도 인권을 중시하도록 압박을 받아야 합니다.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단합된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이런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주로 핵문제에 쏠리고 있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에서 인권과 인도적 문제들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력히 믿습니다. 당신이 이 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시길 기대합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없다면 북한이 심각한 인권문제들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인권에 대한 유엔의 약속 중에 여성의 교육 등 여성의 권리에 대한 약속 만큼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유엔 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한 현재의 시스템이 불충분하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더 효율적인 방안을 만들 것을 요구했습니다. 통합된 새 유엔 여성인권 기구, 말하자면 ‘여성을 위한 새 유엔’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당신의 중요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인권이사회는 유엔 최고의 인권기구입니다. 인권이사회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스스로 인권문제가 큰 국가들이 인권이사회를 주도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조차 비판하지 않고 있습니다. 버마(미얀마), 우즈베키스탄, 짐바브웨, 콜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문제들에 대해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이사회 내부에서 범지역적인 “인권의 친구들” 동맹에 대해 지지를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새 인권이사회를 약화시키려 하는 세력들을 막아내는 것을 당신의 긴급한 과제로 해 주시기바랍니다.

당신의 일에서 성공을 거두시킬 소망합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국장


“미국 침공과 함께 희망을 잃어버린 조국 이라크가 그만 피 흘리고 홀로서기 하도록 우리에게 다시 희망을 돌려주세요”
하이셈 카심 잘잘라 바그다드 의사

카심 잘잘라
카심 잘잘라
반기문 사무총장님

제 이름은 하이셈 카심 잘잘라입니다. 저는 이라크인이고 의사입니다. 바그다드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공부한 뒤 2003년 4월 이라크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며칠 뒤였습니다.

그때 저는 이라크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을 보리라는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이라크에 좋은 일을 하리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저는 이라크인들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희망은 몇달 뒤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정책이 이라크 재건이나 이라크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관심은 이 지역에서 그들의 힘을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라크의 내정에 개입하고 이라크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미국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약속했지만, 우리가 본 것은 혼란과 죽음, 파괴 뿐이었습니다.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 우리가 고통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누가 우리의 적인지 알았고 그것을 피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수많은 적이 생겨나 누가 적인지 알 수도 없고, 피할 방법도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말려들어 상처를 입어야 합니다.

교육 받은 이라크 시민으로서, 저는 미국이 우리 문제에 대한 해법을 결코 찾을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미국은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혀 상황을 더욱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이라크인들만이 이라크를 재건하고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일부 이라크인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누가 이런 문제를 만들었습니까? 우리는 이전에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세력이 시아파와 수니파가 서로를 죽이도록 조종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통해 이익을 얻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결코 이라크인들은 아닙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인정했듯 미국은 거짓 정보에 의존해 이라크전을 시작했습니다. 나의 나라는 실수 때문에 파괴되었습니다! 미국은 이 실수를 바로잡는 대신, 더많은 실수를 계속 저지르고 있으며, 우리가 그 결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이라크인들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미국이 내일 또는 일주일, 한달 뒤에 군대를 철수시키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철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철군 스케줄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미국은 이라크군과 경찰에게 적절한 훈련을 제공해서(미국은 지금까지 이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곧 그들이 이라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것이 이라크인들에게 희망을 줄 것입니다.

이라크인들은 선량하고 친절하며, 애정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제 이라크인들이 그만 고통 받고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야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세계가 진실을 보기 시작해야할 때가 아닙니까? 저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 이라크 시민으로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라크가 그만 피를 흘리고, 이라크인들이 외부 세력의 간섭 없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유엔 사무총장이신 당신과 전세계가 이라크에서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를 더 자세히 보고, 옳은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저희를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거리를 배회하면서 사람들을 죽이는 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국가를 재건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도와줄 친구가 정말 필요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가요?

저는 7년 동안 영국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라크를 사랑하고 이라크인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뒤 저는 의사로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거의 4년이 흐른 지금, 이 일을 계속하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병원과 집을 오가는 것도 힘겹기만 합니다. 약품과 의료 설비도 너무나 모자랍니다.

의사로서 이라크의 의료 체제와 서비스는 바닥 수준으로 망가졌고, 심각한 상황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라크의 이 모든 혼란을 만들어냈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들은 잘못을 고치고, 살인과 간섭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의 도시와 거리에서 미군을 보지 않는 날이 이라크를 위한 최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다시 희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김건희 특검법’ 오늘 3번째 표결…“국힘 주장 반영” “악법 불참” 1.

‘김건희 특검법’ 오늘 3번째 표결…“국힘 주장 반영” “악법 불참”

전국서 “윤 퇴진” 교수 시국선언 둑 터졌다…주말 광화문 시민행진도 2.

전국서 “윤 퇴진” 교수 시국선언 둑 터졌다…주말 광화문 시민행진도

“김 여사, 유배 가고 특검도 받아야 분노한 민심 누그러져” [막전막후] 3.

“김 여사, 유배 가고 특검도 받아야 분노한 민심 누그러져” [막전막후]

15일 페루서 한·미·일 정상 만난다…‘캠프 데이비드’ 이후 1년3개월 만 4.

15일 페루서 한·미·일 정상 만난다…‘캠프 데이비드’ 이후 1년3개월 만

[단독] 국힘, ‘한동훈 명의’ 윤 부부 비난 게시물 당무감사 안 한다 5.

[단독] 국힘, ‘한동훈 명의’ 윤 부부 비난 게시물 당무감사 안 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