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동아대 교수가 5일 ‘100만평 공원 만들기 운동’의 첫 결실로 올해 공원이 조성되는 부산 강서구 둔치도에서 활짝 웃고 있다. 100만평 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 제공
2007희망릴레이⑤ 동아대 김승환 교수
3천명 성금 땅 사고 시도 도와
올 1만5천평에 공원 조성
“100만평? 언젠간 완성됩니다” 부산시 서쪽을 흐르는 서낙동강과 조만강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은 둔치도. 풍광이 빼어난 고즈넉한 섬이지만, 섬 주변에선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2002년 부산·경남 경마공원이 근처에 문을 열었고, 부산 신항과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이 건설되고 있으며, 미음새도시·부산과학산업단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둔치도에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녹색 저지선’이 조성된다. 김승환(56) 동아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가 시민들의 쌈짓돈을 모아 추진해온 ‘100만평 공원 만들기 운동’이 첫 싹을 틔우는 것이다. 부산의 공원 조성면적은 1인당 5㎡. 그러나 산을 뺀 ‘체감’ 공원 면적은 0.8㎡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9㎡를 권장하는 걸 고려하면, 부산의 녹지율은 형편없다. 그래서 김 교수는 1999년 부산시에 100만평 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시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고개를 저었고 가까운 이들조차 “비현실적”이라고 충고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좋은 공원 사례를 소개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그 결과 2001년 5월 부산의 40여 시민단체가 참여한 ‘100만평 문화공원 조성 범시민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둔치도 일대에 공원 터를 확보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2005년 말까지 3천여명이 7억7천만원을 모아 둔치도 땅 1만3400평을 사들였다. 여기서 1차로 7700평을 부산시에 기부했고, 부산시는 시 예산으로 7300평을 추가 매입해 올해 상반기에 1만5천평짜리 공원을 우선 만들기로 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한’ 시민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 나오는 셈이다. 그동안 김 교수는 녹지에 대한 꿈을 확산시키고자 여러가지 활동을 벌였다. 2004년부터 해마다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광복로 100~200m 구간에 임시로 잔디를 까는 행사를 기획했다. 단 이틀씩이었지만, 시민들은 콘크리트 도로가 푸르게 변한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내에는 소규모 ‘쌈지 공원’ 네곳을 만들었다. 공원아카데미를 열어 각종 공원에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맡는 ‘그린 볼런티어’(녹색 자원봉사자)들을 길러냈다. 부인 윤희원(54)씨도 ‘그린 볼런티어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1만5천평을 시작한다니까, 사람들이 ‘언제 100만평을 다 만들 거냐’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낙관적이에요. 지난해 공원녹지법이 개정되면서,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공원엔 터 매입비의 50%를 국가에서 지원하게 됐는데, 둔치도 공원이 이 시범사업에 선정되도록 애쓰고 있어요. 길은 있는 법이지요.”
언제일지 몰라도 100만평 공원이 완성되는 날, 2007년은 그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끝> 부산/최상원, 이유주현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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