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 중심부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가운데 두고 두개의 원통형 건물이 카자흐의 산업다변화 전략을 이끌어갈 성장엔진이라 할 국영지주회사 삼룩-카지나다.
[기획] 한국-중앙아시아 협력 전략 : 카자흐스탄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닮은꼴이다. 한국처럼 카자흐도 부동산 침체로 인한 건설산업과 부실채권 및 유동성 부족 등으로 금융권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김일수 주카자흐 대사는 “기본은 석유 가스 그리고 광물이지만 이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금융과 건설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건설부문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인데 반해 카자흐는 27%에 달한다. 외화차입을 위해 일찍부터 개방화 선진화된 은행부문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해외자금을 대거 차입해 이를 건설업체들에 대출했고 건축붐과 함께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지자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주력부문인 금융과 건설이 타격을 받자 성장률은 반토막이 났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10%대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8.7%로 내려 앉았고 올해는 5%대로 예상된다. 내년엔 더 나쁘다. 바히트 술타노프 카자흐 경제장관은 지난달 2009-2011년도 수정 예산안을 상원에 제출하면서 앞으로의 3년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5.0~7.0%에서 절반 수준인 2.7~4.1%로 하향조정했다.
그런 점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카자흐와 대비된다. 우즈벡은 카자흐보다는 낮지만 지난 4년간 7%대의 고성장을 유지해 왔으며, 올해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8%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화차입이 많지 않고 그만큼 점진적인 금융시장 개방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2009년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우즈벡은 2009년에도 8%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이어 카자흐는 올들어 석유 등 자원가격 급락에 따라 2차 위기를 맞았다. 해외차입 및 투자유치를 통한 자원개발형 카자흐 경제체제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다. 실제로 2005년의 경우 카자흐의 연간 수출은 약 280억달러인데 여기에서 에너지와 여타 광물 자원 등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90%에 이르고 약 500억달러(누계)인 외국인 직접 투자 중 에너지와 광물 부문 투자가 약 80%에 달했다. 카자흐도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김일수 대사는 카자흐는“ 부의 편중이 심화돼 국민대다수는 굶주리면서 생산기반이 붕괴돼 점점 더 자원에만 의존하는 자원부국의 비극(이른바‘네덜란드 병’)에 대해서 일찍부터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2003년에 ‘2003-2015 혁신적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해서 카자흐스탄의 경제 발전 방향을 수출 산업 위주의 산업 다변화로 정하고 에너지와 광물자원 일변도의 경제 구조를 석유. 화학, 금속 가공, 식품 가공, IT, 물류, 관광 등 분야로 다양하게 바꾸어 간다는 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 3월 국영 지주회사인 카지나 지속발전 기금(Kazina Sustainable Development Fund)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산하에 카자흐 개발 은행, 카자흐 투자 기금, 국가 혁신 기금, 중소기업 지원 기금, 마켓팅 및 분석 센터, 카지인베스트(Kazinvest) 등을 두고 주로 비에너지 산업 분야 발전을 위해 1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또 이를 뒷받침할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위해 하나의 국영 지주 회사인 삼룩(Samruk)을 역시 2006년 1월 설립했다. 이 삼룩은 국영 석유회사 카즈무나이가스(Kazmunaygas)와 철도 회사, 전기회사, 통신 회사 등 카자흐 GDP의 10%를 차지하는 5개 기간 산업 국영 회사를 통합 관장하도록 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국영 지주 회사를 모델로 한 것이다. 또 국제 유가 변동의 충격을 흡수하고 과도한 외환의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를 막기 위해 2001년부터 국부펀드(National Fund)를 만들었다. 이 국부펀드의 자금을 바탕으로 카자흐는 최근 카지나와 삼룩을 삼룩-카지나로 통합해 일원화 하면서 금융위기와 산업발전 전략에 동시에 대처해 나가려 하고 있다. 삼룩-카지나는 회장이 대통령 행정실장 출신, 부회장이 대통령 둘째 사위인 티무르 쿨리바예프이다. 말 그대로 카자흐의 성장엔진이다.
김 대사는 얼마전까지“카자흐 사람들이 두바이와 핀란드 모델을 자주 거론하곤 했다”고 말했다. 두바이는 원유 수입을 사회 간접 자본과 호텔, 국제 회의장 건설에 투자하면서 국제 금융, 물류 산업을 유치하여 사막을 관광과 금융, 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고, 핀란드는 IT, 핸드폰 등 몇 개의 핵심 기술 부문을 특화해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금융위기는 이런 산업다변화 전략을 더욱 적극 추진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두바이 핀란드와는 다른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한 한국형 발전모델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양구 주카자흐 알마티 분관 총영사는 “카자흐는 90년대 초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았으나 그때는 우리가 챙길 여력이 없었다”면서 “2000년 초부터는 석유로 크게 성장하면서 카자흐쪽에서 관심이 줄었으나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다시 한국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카자흐전략연구소의 굴누루 라흐마틸리나 선임연구원은 위기극복을 위해 카자흐 정부가 “금융, 건설, 중소기업지원, 농업, 산업다변화 등 5가지를 중점 분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 산업다변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 총영사는 “지금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반전되는 계기라며 두나라는 서로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자원뿐 아니라 산업 금융 농업등 전분야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카자흐의 관계를 ‘최적의 파트너’ 아니 “천생연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지정학적 위치가 비슷하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에 둘러 쌓여 있거나 미국 등의 입김이 거세다. 그러나 한국은 문제될 나라가 아니다. 카자흐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다변화가 목표다. 한국 같은 나라가 오면 판을 다양화시킨다. 둘째, 우리는 없고 카자흐는 있고, 우리는 있고 카자흐는 없다. 상호보완적이다. 한국에겐 카자흐의 자원과 식량이 필요하고 카자흐는 한국의 산업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핀란드 두바이 그리고 카자흐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모델 싱가포르는 도시국가 밖에 안된다는 것을 카자흐도 잘 안다. 결국은 한국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첫째가 싱가포르, 둘째가 한국, 셋째가 두바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이 발전모델로 들어가 있다. 카자흐는 결국 한국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이 총영사의 전망이다.그는 카자흐 사람들에게 직접들은 얘기라며 “카자흐는 한국을 구원투수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 /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카자흐 아스타나의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를 흐르는 이심강 위에 건설된 아치형 다리. 아스타나의 옛 이름은 아크몰라로 눈의 무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스타나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이양구 주카자흐 알마티 분관 총영사는 “카자흐는 90년대 초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았으나 그때는 우리가 챙길 여력이 없었다”면서 “2000년 초부터는 석유로 크게 성장하면서 카자흐쪽에서 관심이 줄었으나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다시 한국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카자흐전략연구소의 굴누루 라흐마틸리나 선임연구원은 위기극복을 위해 카자흐 정부가 “금융, 건설, 중소기업지원, 농업, 산업다변화 등 5가지를 중점 분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 산업다변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 총영사는 “지금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반전되는 계기라며 두나라는 서로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자원뿐 아니라 산업 금융 농업등 전분야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카자흐의 관계를 ‘최적의 파트너’ 아니 “천생연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지정학적 위치가 비슷하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에 둘러 쌓여 있거나 미국 등의 입김이 거세다. 그러나 한국은 문제될 나라가 아니다. 카자흐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다변화가 목표다. 한국 같은 나라가 오면 판을 다양화시킨다. 둘째, 우리는 없고 카자흐는 있고, 우리는 있고 카자흐는 없다. 상호보완적이다. 한국에겐 카자흐의 자원과 식량이 필요하고 카자흐는 한국의 산업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핀란드 두바이 그리고 카자흐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모델 싱가포르는 도시국가 밖에 안된다는 것을 카자흐도 잘 안다. 결국은 한국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첫째가 싱가포르, 둘째가 한국, 셋째가 두바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이 발전모델로 들어가 있다. 카자흐는 결국 한국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이 총영사의 전망이다.그는 카자흐 사람들에게 직접들은 얘기라며 “카자흐는 한국을 구원투수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전 35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 건설한 카자흐 새수도 아스타나는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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