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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부동산 거품 꺼지자 성장률 반토막 ‘한국과 닮은꼴’

등록 2008-12-29 16:20수정 2008-12-29 20:00

아스타나 중심부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가운데 두고 두개의 원통형 건물이 카자흐의 산업다변화 전략을 이끌어갈 성장엔진이라 할 국영지주회사 삼룩-카지나다.
아스타나 중심부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가운데 두고 두개의 원통형 건물이 카자흐의 산업다변화 전략을 이끌어갈 성장엔진이라 할 국영지주회사 삼룩-카지나다.
[기획] 한국-중앙아시아 협력 전략 : 카자흐스탄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닮은꼴이다. 한국처럼 카자흐도 부동산 침체로 인한 건설산업과 부실채권 및 유동성 부족 등으로 금융권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김일수 주카자흐 대사는 “기본은 석유 가스 그리고 광물이지만 이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금융과 건설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건설부문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인데 반해 카자흐는 27%에 달한다. 외화차입을 위해 일찍부터 개방화 선진화된 은행부문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로 해외자금을 대거 차입해 이를 건설업체들에 대출했고 건축붐과 함께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지자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주력부문인 금융과 건설이 타격을 받자 성장률은 반토막이 났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10%대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8.7%로 내려 앉았고 올해는 5%대로 예상된다. 내년엔 더 나쁘다. 바히트 술타노프 카자흐 경제장관은 지난달 2009-2011년도 수정 예산안을 상원에 제출하면서 앞으로의 3년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5.0~7.0%에서 절반 수준인 2.7~4.1%로 하향조정했다.

그런 점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카자흐와 대비된다. 우즈벡은 카자흐보다는 낮지만 지난 4년간 7%대의 고성장을 유지해 왔으며, 올해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8%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화차입이 많지 않고 그만큼 점진적인 금융시장 개방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2009년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우즈벡은 2009년에도 8%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위기에 이어 카자흐는 올들어 석유 등 자원가격 급락에 따라 2차 위기를 맞았다. 해외차입 및 투자유치를 통한 자원개발형 카자흐 경제체제의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됐다. 실제로 2005년의 경우 카자흐의 연간 수출은 약 280억달러인데 여기에서 에너지와 여타 광물 자원 등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90%에 이르고 약 500억달러(누계)인 외국인 직접 투자 중 에너지와 광물 부문 투자가 약 80%에 달했다. 카자흐도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김일수 대사는 카자흐는“ 부의 편중이 심화돼 국민대다수는 굶주리면서 생산기반이 붕괴돼 점점 더 자원에만 의존하는 자원부국의 비극(이른바‘네덜란드 병’)에 대해서 일찍부터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2003년에 ‘2003-2015 혁신적 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해서 카자흐스탄의 경제 발전 방향을 수출 산업 위주의 산업 다변화로 정하고 에너지와 광물자원 일변도의 경제 구조를 석유. 화학, 금속 가공, 식품 가공, IT, 물류, 관광 등 분야로 다양하게 바꾸어 간다는 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6년 3월 국영 지주회사인 카지나 지속발전 기금(Kazina Sustainable Development Fund)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산하에 카자흐 개발 은행, 카자흐 투자 기금, 국가 혁신 기금, 중소기업 지원 기금, 마켓팅 및 분석 센터, 카지인베스트(Kazinvest) 등을 두고 주로 비에너지 산업 분야 발전을 위해 1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또 이를 뒷받침할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위해 하나의 국영 지주 회사인 삼룩(Samruk)을 역시 2006년 1월 설립했다. 이 삼룩은 국영 석유회사 카즈무나이가스(Kazmunaygas)와 철도 회사, 전기회사, 통신 회사 등 카자흐 GDP의 10%를 차지하는 5개 기간 산업 국영 회사를 통합 관장하도록 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국영 지주 회사를 모델로 한 것이다. 또 국제 유가 변동의 충격을 흡수하고 과도한 외환의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를 막기 위해 2001년부터 국부펀드(National Fund)를 만들었다. 이 국부펀드의 자금을 바탕으로 카자흐는 최근 카지나와 삼룩을 삼룩-카지나로 통합해 일원화 하면서 금융위기와 산업발전 전략에 동시에 대처해 나가려 하고 있다. 삼룩-카지나는 회장이 대통령 행정실장 출신, 부회장이 대통령 둘째 사위인 티무르 쿨리바예프이다. 말 그대로 카자흐의 성장엔진이다.

카자흐 아스타나의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를 흐르는 이심강 위에 건설된 아치형 다리. 아스타나의 옛 이름은 아크몰라로 눈의 무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스타나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카자흐 아스타나의 구 시가지와 신시가지 사이를 흐르는 이심강 위에 건설된 아치형 다리. 아스타나의 옛 이름은 아크몰라로 눈의 무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스타나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김 대사는 얼마전까지“카자흐 사람들이 두바이와 핀란드 모델을 자주 거론하곤 했다”고 말했다. 두바이는 원유 수입을 사회 간접 자본과 호텔, 국제 회의장 건설에 투자하면서 국제 금융, 물류 산업을 유치하여 사막을 관광과 금융, 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고, 핀란드는 IT, 핸드폰 등 몇 개의 핵심 기술 부문을 특화해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금융위기는 이런 산업다변화 전략을 더욱 적극 추진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두바이 핀란드와는 다른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한 한국형 발전모델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양구 주카자흐 알마티 분관 총영사는 “카자흐는 90년대 초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았으나 그때는 우리가 챙길 여력이 없었다”면서 “2000년 초부터는 석유로 크게 성장하면서 카자흐쪽에서 관심이 줄었으나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다시 한국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카자흐전략연구소의 굴누루 라흐마틸리나 선임연구원은 위기극복을 위해 카자흐 정부가 “금융, 건설, 중소기업지원, 농업, 산업다변화 등 5가지를 중점 분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농업 산업다변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 총영사는 “지금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반전되는 계기라며 두나라는 서로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자원뿐 아니라 산업 금융 농업등 전분야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카자흐의 관계를 ‘최적의 파트너’ 아니 “천생연분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지정학적 위치가 비슷하다.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에 둘러 쌓여 있거나 미국 등의 입김이 거세다. 그러나 한국은 문제될 나라가 아니다. 카자흐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다변화가 목표다. 한국 같은 나라가 오면 판을 다양화시킨다. 둘째, 우리는 없고 카자흐는 있고, 우리는 있고 카자흐는 없다. 상호보완적이다. 한국에겐 카자흐의 자원과 식량이 필요하고 카자흐는 한국의 산업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핀란드 두바이 그리고 카자흐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모델 싱가포르는 도시국가 밖에 안된다는 것을 카자흐도 잘 안다. 결국은 한국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첫째가 싱가포르, 둘째가 한국, 셋째가 두바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이 발전모델로 들어가 있다. 카자흐는 결국 한국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이 총영사의 전망이다.그는 카자흐 사람들에게 직접들은 얘기라며 “카자흐는 한국을 구원투수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년전 35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 건설한 카자흐 새수도 아스타나는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10년전 35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해 건설한 카자흐 새수도 아스타나는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글·사진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 /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불랏 술타노프 카자흐 대통령 산하 국가전략연구소장
“한국 지원 통해 첨단기술 합작회사 세워야”

불랏 술타노프 카자흐 대통령 산하 국가전략연구소장.
불랏 술타노프 카자흐 대통령 산하 국가전략연구소장.
한국은 중요한 나라다. 정치경제적으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나라다.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이고 특히 금융위기에서 중요한 협력자다.”

불랏 술타노프(Bulat Sultanov) 카자흐 대통령 산하 국가전략연구소장은 23일 현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왜 한국이 중요한가에 대해선 두가지를 꼽았다. “첫째 한국이 빠른 속도로 산업강국이 됐다는 점, 둘째 세계금융위기 등으로 세계질서가 다극화로 나아가고 있으며, 한국도 다극화체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중요한 나라라는 점이다”

그는 “한국과 카자흐가 실용적인 관점에서 협력하는데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이런 논리를 언론이 잘 전달해달라”며 이렇게 당부했다.

“한국과 카자흐는 서로간의 이해가 있다. 한국과 카자흐의 관계에도 그랜드 디자인 있어야 한다. 한국은 카자흐의 자원에 관심 있다. 그건 당연하다. 한국의 관심은 알겠는데 한국이 카자흐의 이해를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그건 잘 안보인다. 우리는 한국과 협력을 통해서 공동의 합작회사라든지 그것이 제조업이든 하이테크든 한국의 지원을 통해 산업 다변화와 첨단기술의 합작회사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런 걸 빼고 카자흐가 석유와 자원만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는 우라늄을 예로 들면서 한국과 일본·중국의 접근법을 비교했다.(카자흐는 우라늄 매장량 세계 3위다.) “한국은 우라늄 수입에만 관심 있고 카자흐는 가공해서 팔고 싶어 했다. 일본은 우라늄을 생산 재가공 하는 합작방식을 제안했다. 일부는 일본으로 가져가고 일부는 국제시장에 파는 방식이다. 이게 훨씬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델을 중국과도 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 매우 적극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카자흐로서는 우라늄 원료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원료를 가공해서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 중국 일본과는 그런 식의 협력이 시작되는 단계이고 앞으로 더 많은 협력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전문가도 있어야 하고 연구소 참여도 필요하고 경영진의 참여도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합작회사 설립하고 합작회사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랬을때 협력의 연결 고리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는 강연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처럼 자원 개발을 희망하는 한국과 자원과 기술의 융합을 바라는 카자흐스탄이 상호 간 ‘윈-윈’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한국이 그럴 준비가 안돼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카자흐가 필요로 하는 것은 하이테크다. 그러기 위해선 공동의 협력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협력모델을 제의 했을때 한국으로선 한국이 얻을 게 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 통해 자원협력 등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면 한국이 기대할 부분도 많이 있다.”

그의 충고 속에는 은연 중에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경고가 섞여 있었다.

“2010년 3개국(러시아ㆍ벨라루스ㆍ카자흐) 간 관세동맹이 채택돼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된 물품이 유럽으로 갈 수 있는 프로세스가 단축될 수 있으며, 특히 중국과는 국경을 중심으로 4개 관세특구 및 경제자유특구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카자흐스탄 진출이 늦어지면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이 먼저 의자를 갖다놓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앉을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카자흐스탄과 경제 협력에 신중하다 보면 실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국간 협력을 보면 타이밍을 놓친 감이 있다”는 것인데 90년대 양국관계 좋았으나, 지금은 “일본이 한국보다 중요한 협력파트너로 부상이 됐고 무역 규모도 일본이 한국보다 큰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여러제품 자동차 전자제품의 인기 좋았고 실적도 좋았다. 그러나 카자흐의 경제가 발전이 이뤄지고 국민들이 질을 추구하다보니 한국보다는 일본 제품을 선호하게 됐다. 소비자들이 한국산에서 일제 자동차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의 변화가 나타났다.

우즈벡과의 경쟁의식도 엿보였다 “우즈벡은 인구 2700만 카자흐는 1500만. 액면으로만 보면 우즈벡이지만 그것만 보고 투자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건 겉만 보는 것이다. 우즈벡은 지정학적으로 갇혀있는. 반면 카자흐는 유럽이나 중국 등에 바로 갈 수 있는 중심지다. 우즈벡은 권위주의와 예전의 통화를 그대로 쓰는데 비해 카자흐는 적극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시스템의 차이를 안보고 우즈벡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인데, 경제전문가들이 제대로 시장을 조사한다면 우즈벡보다 카자흐가 시장도 크고 가능성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카자흐의 지정학적 위치를 보여주는 예로 중국과 카자흐의 협력관계를 들었다. 두나라는 크게 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 연결 대륙횡단 도로가 첫째 프로젝트, 둘째는 철도 연결이고 셋째 프로젝트가 송유관이다. 육로는 중국에서 카자흐를 경유해 로테르담까지 가는 아시안하이웨이의 6차선 도로다. 새로운 철도도 개설 중에 있는데 중국쪽 노선은 이미 완공됐으며, 카자흐쪽 노선이 건설 중에 있다. 2011년에는 카스피해 쪽에서 중국 서부까지 송유관을 연결하게 된다. 우즈벡 카자흐 중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공사는 이미 시작했다. 또 이를 카자흐와 이란을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과 연계할 경우 중국에 페르시아만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대체 수송로라는 점에서 유망하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이 경제 봉쇄라든가 비상사태로 유조선을 이용할 수 없을 때 중국쪽에 추가로 석유를 공급할 수 있다. 둘째는 중국이 경제발전 속도에 맞춰 석유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는데 이에 부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중국보다 한국이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카자흐와의 관계에서 중국을 유념해야 한다. 카자흐는 중국을 조심스러워 한다. 워낙 큰 나라이고 중국이 몸을 흔들면 누가 다칠지 예측 불가한데 한국은 잘 안다. 예측 가능하다. 중국은 아직 잘 모른다.” 그의 결론은 한마디로 이거였다. “우리는 한국의 자본과 하이테크가 필요하다. 액면만 보지 말고 이면을 봐라. 중앙아에선 카자흐와의 협력을 통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한국이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악전고투 한국 건설업체들
‘아스타나의 신화’ 동일·우림건설 생존 활로 모색

김진실 우림건설 카자흐 법인장.
김진실 우림건설 카자흐 법인장.
김일수 주 카자흐 한국대사는 카자흐 새수도 아스타나를 본 첫 인상을 “미국 영화사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스타워즈의 도시를 연상시키는 아스타나는 12월 행정수도 이전 10주년을 맞지만 아직도 건설 중이다. 카자흐 정부는 아스타나 건설에 3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도심 곳곳에서 타워크레인의 공사현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건설경기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아스타나의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보다 일찍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카자흐 금융권이 건축업체와 및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했기 때문이다. 아스타나와 알마티 등지에서 몇년전부터 왕성하게 진행돼온 아파트 공사들은 중단되고 건설업체들은 부도위기에 빠졌다. 카자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셔널펀드(국부펀드)에서 100억달러를 빼내 건설·부동산에 3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김 대사는 “원칙은 세워졌는데 아직 누구한테 어떤조건으로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거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때 ‘신화’로 불렸던 아스타나의 동일토건(동일하이빌), 알마티의 우림건설(애플타운) 등 10여개 중견 한국 건설업체들은 악전고투 속에 생존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아스타나시를 가로지르는 이심 강을 사이에 두고 대통령 궁과 마주한 마기스트랄가 100만㎡의 부지에 2010년말을 목표로 아파트 2천400여가구와 비즈니스센터를 짓고 있는 동일 하이빌은 그래도 형편이 나았다. 금융위기 전에 입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단계 A동 581가구는 2005년 입주를 시작해 100% 분양의 신기록을 세웠다. 또 특구내 아파트라 여러 가지 세제 혜택도 받았다. 현지의 강정대 동일하이빌 관리부장은 “B동은 62세대가 미분양 상태며. C동은 아직 못 짓고 있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은 금융위기로 이익을 크게 남기지는 못했다지만 그래도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일찍 진출한 덕을 본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카자흐는 지난해 중반 서브프라임 이후 땅값 하락 폭이 국내보다 훨씬 심각했다. 카자흐 정부가 건설업체 지원책을 내놨으나 동일은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건축업계 회생을 위해 정부가 30억달러를 투입해 아파트를 저가에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매입가격이 (카자흐 최대 도시인) 알마티 소재 아파트는 1㎡당 1천달러, 아스타나 아파트는 700-800달러로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건설업계가 이에 동의하면 정부가 아파트를 매입하겠지만, 아니면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강 부장은 “작년 7월이후 분양가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지만 “그럼에도 공사원가 때문에 분양가를 낮출 수가 없다”며 700~800달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동일하이빌은 “돌, 모래만 현지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자재는 모두 국내서 갖고 왔으며, 카자흐서 제일 비싸지는 않지만 다른 아파트들과 비교 안될 정도로 품질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입주민들의 소득수준도 월 5000달러다. 분양가를 내리면 가격 자체가 붕괴될 수 있고 명품 아파트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받는다는 것도 분양가를 못내리는 이유라고 한다. 애초부터 목표를 카자흐 상위 1%로 삼았다. 문제는 현금으로 50,60만달러는 갖고 있는 대기 수요자들은 지금도 많은데 가격 내릴 것 기대하고 안들어온다는 것이다.

  동일의 강 부장에 따르면 카자흐에 나와 있는 6개의 큰 업체들 가운데 GS건설 엘디건설 등이 겨울에 접어 들면서 돌아갔다. 삼부토건은 소송 문제가 걸려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과라는 뜻의 알마티시에서 ‘애플타운’을 조성하고 있는 우림건설은 훨씬 심각하다. 애플타운은 아파트 2566가구와 오피스 1000실, 호텔 편의시설, 업무상업시설, 공공시설 등 사업비 4조5000억원 규모로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추진하는 최대 규모의 주택개발사업이다. 현재 1블럭 600세대 아파트 공사가 2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1년6개월여에 걸쳐 사업 인·허가를 비롯해 토지 매입, 착공, 모델하우스 개관까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사에 들어갔으나 금융위기를 맞았다. 알마티는 오른 속도가 가파른 만큼 하락도 빠르고 컸다. 서브프라임 위기도 일찍 왔다.

  우림건설의 알마티 김진실 카자흐 법인장은 설상가상으로 “자금조달을 국내에서 했는데 카자흐 텡게화는 달러화에 연동돼 있는 반면 원화는 900원대에서 1400원대까지 환율이 상승하면서 거의 반토막이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분양이다. 분양이 거의 안된다는 것이다. 김 법인장은 “요즘은 사람들이 아예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철근값이 50% 내리는 등 건설원자재 가격이 내려갔고, 인력난이 해소되고 임금도 떨어져 공사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동일도 그렇고 우림도 내년만 잘 버티면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카자흐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면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 않겠냐”라는 것이다. 우림이나 동일 모두 단순히 민간기업의 아파트 분양으로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한국 협력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카자흐 수도 아스타나 시가지 중심에 있는 동일 하이빌 광고판.
카자흐 수도 아스타나 시가지 중심에 있는 동일 하이빌 광고판.


류상수 석유공사 카자흐 사무소장
“아다광구 대박날 수도…선택과 집중 해야”

  

류상수 석유공사 카자흐 사무소장.
류상수 석유공사 카자흐 사무소장.
“지하 500m에서 2000만~3000만배럴을 찾아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생산은 3년후에 가능하고 하루 7500~1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공사의 류상수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석유공사가 운영권을 갖고 있는 육상유전인 아다광구가 이제 개발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통상 유전이 경제적 타당성을 가지려면 4000만 배럴은 되야 하나 아다광구의 경우 불과 500m에서 석유를 찾아냈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확인된 아다광구의 석유층의 구조는 높이가 70m 지름이 2.4k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가장 최근 구입한 생산유전은 캘리포니아 유전으로 일산 1만4000배럴 정도다. 생산유전이기 때문에 11억 5000만달러를 주고 샀다. 그에 비하면 아다광구는 5백만달러 수준이다. 류 소장은 아다광구가 “대박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석유공사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며. 첫째가 경제성, 둘째는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주머니에 돈을 모아야 한다. 아다광구를 개발해서 돈벌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고 내년부터 돈이 들어오면 내 후년부터 초과수익이 난다. 그 돈을 모아 뒀다가 아다 광구의 500m 밑에 있는 암염층을 뚫고 시추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추가 매장량을 확인해 생산을 확대해 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에 아다광구를 포함해 육상광구 6곳, 해상광구 1곳 등 모두 7곳의 유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육상광구는 아다광구 이외에 석유공사와 LG상사의 에기즈카라(Egizkara)광구, 세화(세림기업)의 서 바조바(West Bozoba)광구와 사크라마바스(Sakramabas)광구, LG상사와 SK(주)의 EPC 무나이광구, 석유공사 등 컨소시엄의 남카르포프스키(South Karpovski)광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에기즈카라광구는 그동안의 시추결과 기름발견에 실패해 추가 시추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육상광구의 경우, 해상광구 만큼의 큰 광구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개발비가 비교적 저렴하다. 또 국영석유회사나 정부의 간섭이 비교적 적어 민간차원의 거래활동이 자유로율 뿐 아니라 광구의 규모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회사간의 지분이동과 탐사활동이 상당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기업들로서는 카자흐스탄의 육상광구 진출을 전략적으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류 소장의 설명이다. 특히“올 하반기 들어 유가하락으로 매물로 나온 광구가 늘어나고 있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카자흐 정부가 내년에 계약조건대로 안되는 광구를 몰수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유전 지분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카자흐 정부가 선취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선취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외교 채널을 동원해 막아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유일한 해상광구로서 27%의 지분참여를 한 잠빌광구는 추정 매장량이 10억배럴 이상으로 한국 유전개발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며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자원외교의 성과라며 떠들썩했다. 그러나 아직 탐사단계일 뿐이다. 게다가 수심이 낮아 기존 시추선으로는 불가능하고 겨울에는 유빙이 발생하는 등 카스피해의 척박한 자연조건 때문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탐사단계를 넘어서 개발·생산단계까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아직은 불확실한 먼 훗날의 일인 것이다. 예컨대 우여곡절 끝에 최근 개발이 합의된 카스피해의 카샤간 유전의 추정 매장량은 700억배럴이다. 최근 30년간 발견된 세계 유전 가운데 매장량이 최대 규모다. 오는 2013년 본격 생산이 시작되면 9년간 일일 150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570억달러였던 생산을 위한 투자비용이 두배 이상인 1천360억달러로 늘어났다. 천문학적인 수준이 된 것이다.

김일수 카자흐 주재 한국대사는 “잠빌도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디피컬트 오일’로 수심이 낮아 인공섬을 만들어야 한다. 200억달러가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데 우리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생산까지는 10년을 내다봐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김 대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탐사단계의 유전에 편중돼 있는 투자를 개발· 생산단계의 유전을 포함하도록 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배분)의 적절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의 텍사스대학, 스탠포드 대학 등에는 석유공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류상수 사무소장은 국내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유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유공학은 석유 시추부터 탐사까지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데, 류 소장의 주 전공은 땅 속 석유 이동을 파악하고 어떻게 캐내는가다. 그에 따르면 땅 속의 석유도 지하수처럼 이동한다고 한다. 전임 곽정일 소장에 이어 부임한지 이제 4개월이다. 그래서인지 일단은 아다 광구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글·사진 아스타나·알마티(카자흐스탄) /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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