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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국, 자동차 굴욕적 협상 해놓고 또 양보

등록 2009-11-20 08:08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태권도복을 선물하며 ‘정권지르기’ 자세를 선 보이자(왼쪽 사진),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따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태권도 녹색띠를 딴 바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태권도복을 선물하며 ‘정권지르기’ 자세를 선 보이자(왼쪽 사진),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따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태권도 녹색띠를 딴 바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미 FTA 어찌 될까
불리한 관세율·‘스냅백’ 독소조항 이미 합의
정부 “재협상 아니라 비준에 무게” 파장 축소
전문가들 “되레 공세적으로 손질기회 삼아야”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앞으로 양국간 협상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추가적인 양보안을 내는 자세를 보여, 미국 의회의 협정 비준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이 “자동차에서 문제가 있다면 다시 얘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이날 언급한 데 대해, 정부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두 정상의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들어보겠다고 언급한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한-미 에프티에이의 비준을 추진하려는 의지의 표명이지, 당장 재협상 또는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재협상’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6월 협상 타결 이후,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은 미국 의회의 벽 앞에서 더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 의회와 자동차업계 등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개방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해 왔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발언엔 정체 상태에 빠진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처리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시 행정부에서 타결지은 한-미 에프티에이를 그대로 통과시킬 생각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높은 실업률, 자동차업계의 붕괴, 내년 중간선거, 의료보험 개혁안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처지여서, 한-미 에프티에이라는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를 떠안을 여유가 없다.

문제는 자동차 분야에서 재협상을 벌일 경우, 일방적으로 한국이 양보안만 더 내줘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재협상이 벌어질 경우, 기존 협정문은 그대로 두고 또다른 ‘부속협정’(side agreement)을 추가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1994년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도 환경·노동 분야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항들을 부속협정 방식으로 추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과 관세 철폐 시기 및 범위를 연계시키자는 미국 쪽의 요구가 반영될 여지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국이 연간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산 자동차는 연간 5000대가량만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의 자동차 협상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그나마 자동차 분야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로 인한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강조해왔는데, 최소한의 균형점마저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자국의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에프티에이 체결 자체’가 목적으로 둔갑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재협상 불가론’만 외치다가 한국에 불리한 조항을 개선하는 하기는커녕,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항마저 후퇴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우리 정부의 가장 현명한 자세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논란이 된 독소조항들을 모두 재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거꾸로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미국 의회의 신통상법안 논의 결과에 따라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0여명의 미 상·하원 의원들이 발의한 신통상법안에는 양자간 통상협정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 적용을 배제하는 등 한-미 에프티에이의 ‘독소 조항’들을 제거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들어 있다.


황보연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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