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강경화(62)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가 지명돼 또 한번 문 대통령식 파격 인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던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대사가 임명됐다. 신설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임명한 것도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인선의 주요 포인트로 꼽힌다.
우선 문재인 호의 첫 외교부장관으로 내정된 강경화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현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다. 한국 여성으로는 유엔 내 가장 높은 직위를 거친 인사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으로도 유명하다.
세종대 조교수를 거쳐 1999년 외교통상부 홍순영 장관 보좌관으로 특채된 강 후보자는 이후 유엔에서 주로 활약을 해왔다. 2005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당시 국제기구정책관)이 될 때는 외교부 두 번째 여성국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후 2006년부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로 활동했다. 2013년 4월부터는 재난 등 비상상황에 처한 회원국에 유엔의 자원을 배분하는 유엔 산하 기구인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사무차장보를 지냈다. 강 후보자는 우리나라 1세대 아나운서인 강찬선씨의 딸로 학창 시절 워싱턴에서 살아 국제적 감각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후보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분명한 것은 외교가 안팎에서 강 후보자 내정 소식은 충격적이었다는 점이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한 관계자도 “인선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배경에 대해서 전혀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적으로 한국 여성으로서 어느 분야든지 그분만큼 발이 넓고 실력 인정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또다른 정부 당국자는 “미국 쪽 일을 안 해본 최초의 장관이 된 셈”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강 후보자가 비외무고시 출신인 데다, 지금껏 ‘미국통’들이 도맡아오다시피 했던 외교장관에 내정됨으로써 미국 중심의 한국 외교를 비롯해 외교부 전반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강 후보자와 달리 정 전 대사의 청와대 안보실장 임명은 예상 가능한 인선이었다.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의 곁에서 외교·안보 사안들을 보좌하며 각국 정상 통화를 비롯해 주요국 특사단 파견도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의 인선 배경과 관련해 “안보의 의미는 확장적이어야 한다”면서 현 국면에서 북핵·사드·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얽힌 숙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능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국방에 치중했던 과거 안보의 개념이 경제·민생을 포함한 종합적인 개념의 안보로 이동할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실장은 외교부 재직 시절에는 통상국장(1993년)과 주 제네바대사를 지내는 등 통상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후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상임의장도 역임하는 등 다자외교무대에서 정무적 감각도 익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 정부 당국자는 “(정 실장이) 통상문제만 많이 한 것은 아니다. 미국 근무도 2차례 해 미국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안다”면서 “제네바대사를 하면서 군축 등 안보문제도 비교적 잘 알고 능력에 대한 평판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사무총장을 오랫동안 맡아온 정 실장은 아시아 정당지도자 및 정부 고위직에 인맥이 두터운 강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신설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경우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평화구상을 구체화할 자리로 보인다. 문정인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유력한 안보실장 후보자로 거론됐다.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 구상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홍석현 이사장의 경우는 이번에 미국 특사단장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비롯해 특사 외교를 노련하게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핵심 관계자는 특보 임명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 한반도 평화를 구상하는 큰 그림을 이번에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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