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서대청에서 2018년 평창과 2022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을 위한 상호교류 및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세번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를 재확인했으나, 직접 언급을 피하는 등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드 문제의 ‘완전한 봉인’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국이 이 난제에 더이상 발목을 잡히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사드 문제를 언급한 건 시 주석이었다.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시 주석은 “모두가 아는 이유”라는 표현으로 사드 배치를 에둘러 표현하며 “중-한 관계는 곡절을 겪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방문이) 더 나아질 길을 닦아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겪은 어려움을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써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회담 뒤 내놓은 발표문에서 “시 주석은 사드 문제 관련 중국 쪽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쪽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도 이날 회담 뒤 “시 주석은 거듭 중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며 한국 쪽이 계속 타당하게 이 문제를 처리해주길 희망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이) 앞선 시기 모두가 알고 있는 원인으로 중-한 관계는 여러 곡절이 있었고, 양국이 어떻게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를 더 잘 열어가는 데 있어 거울과 가르침을 주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사드 배치 문제를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언급할지는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양국이 지난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에 따라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 개선에 합의했지만, 중국 쪽에서 한국 정부에 ‘3불’(사드 추가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불추진) 이행 요구 등 언급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양국 협의 뒤인 지난달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2차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를 “매우 중대한 이해관계 문제”라고 규정하고 “역사의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시 주석의 이번 사드 언급은 의미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담 뒤 청와대가 발표한 ‘언론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좌절을 겪으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이 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지난 회담과는 달리 ‘사드 갈등’을 한 단계 넘어선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사드 문제는 장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전략 문제”라며 “톤이 강하지 않다는 것은 서로가 사드 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당장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일단 잘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새로운 모멘텀을 찾고 교류 협력을 강화할 수 있으면 지금으로선 성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신호는 이날 <중국중앙텔레비전>이 내보낸 회담 장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이 보도한 시 주석의 표정에 따라 회담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통설인데, 방송 화면에는 시종일관 시 주석이 웃음을 머금은 장면이 보도됐다. 긍정적인 분위기로 읽힌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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