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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윤병세 전 장관 증인 출석…“기억에 제한 있어”

등록 2018-10-26 20:55수정 2018-10-27 09:55

외통위 국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강제징용 손배소송 의견서 제출 논란
여당 “피해자 청구 기각 요청 취지”
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작성” 강조
민감한 사안엔 “구체적 기억 없어”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억이 제한돼서 일부 확실하게 말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4년 넘게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병세 전 장관이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반복한 말이다. 윤 전 장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법원행정처와 함께 판결 확정을 연기하고 파기하는 방안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여야 합의로 증인으로 채택된 윤 전 장관은 애초 이날 오전 국감 개의 때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이 어렵다고 국회에 통보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쪽에서도 윤 전 장관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을 발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오후 늦게 출석하기로 했다.

오후 5시38분, 증인 선서를 한 윤 전 장관은 자리에 앉았다. 옆에는 후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그 옆에는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자리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윤 전 장관과 수없이 마주했던 의원들은 각기 심문을 시작하기 전에 한마디씩 잊지 않았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유감이다.”

이날 윤 전 장관에게는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재판거래 모의가 시작됐다고 알려진 2013년 12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의 첫 회동과, 2014년 10월 김 전 실장이 주재한 2차 회동 참석 여부 및 2016년 11월 대법원에 전달된 외교부 ‘의견서’의 작성 경위와 의도에 대한 질문과 질타가 쏟아졌다.

윤 전 장관은 1차 회동 참석 여부를 묻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질문에 “기억이 제한돼서 일부 확실하게 말씀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지금 이 시점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상세하게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후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같은 질문에는 “회의에서 제가 보고한 것 자체는 기억하고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확한 기억”에 근거해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실장과의 2014년 2차 회동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워낙 희박”하다고 했다. 1차 회동은 참석해 외교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발제했으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으며, 2차 회동 참석 여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이 이날 여러 차례 반복한 답변은 또 있다. 2016년 11월 대법원에 제출한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송 관련 외교부 의견서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대목이다. 윤 전 장관은 “이 문제의 중요한 핵심은 외교부가 2016년 11월 제출한 참고자료에는 아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그런 사실, 얘기만 들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편드는 얘기 없이 균형 잡히고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반영했고, 박근혜 정부의 의견은 일체 들어가지 않았다. 팩트만 들어가고 객관적으로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윤 장관의 답변에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실현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포함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게(의견)이 9줄인 반면, 이럴 때 생기는 문제점은 15줄”이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의견서에 제시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견해 소개’ 부분에서 제시된 견해가 모두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나서는 우려에 대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외교부가 전달한 (의견서의) 분량에서 명백히 형평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석현 의원은 “대한민국 외교부인데 (윤 전 장관이) 객관적 입장을 강조하는데 (피해자들의) 억울한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내용을 (외교부가 의견서로 작성해) 보냈다”고 비판했다.

법관의 해외공관 파견 요청 서한을 받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윤 전 장관은 “어떻게 외교부에, 장관실에 와서 해당 부서에 (그 문서가) 내려갔는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윤 전 장관의 답변에 과거 외교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소 윤 전 장관의 업무 스타일을 언급하며 “머리가 굉장히 좋은 분인데 선택적 기억의 배경이 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증인 신분으로 국회에 출석한 데 대해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심정”이라면서 “장관 재직 동안 양심과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는 단 한 차례도 한 적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심문은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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