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케이티 광화문지사 앞에서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평등한 한미관계를 위한 시민발언대 239차 미대사관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청해부대가 파병되는 호르무즈해협은 미국-이란 간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왔고, 지난해 7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과의 갈등이 격화되자 동맹국들에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파병할 것을 요구해왔다.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고 이란이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에 나서면서 전쟁 위기까지 치달았으나, 이란의 우크라이나 민항기 오인 격추 사건으로 정세가 급변하면서 일단 전운은 가라앉은 상황이다.
하지만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움직임, 이란 핵 활동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언제든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비롯한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솔레이마니 복수를 내걸고 국지적인 대미 항전에 나설 가능성은 계속 불씨로 남아 있다. 20일에도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 등이 있는 그린존에 로켓포 3발이 떨어졌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이란이 국가 대 국가로 충돌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친이란 무장세력이 미군기지나 미국대사관 등을 공격하는 불안 요소는 계속 남아 있다”며 “무장세력들의 공격 과정에서 미국인 사상자가 나온다면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미국-이란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당장은 높지 않지만, 이란군이 선박을 세우고 검색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인남식 교수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 등 친이란 또는 중립적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돼 이란에도 실익이 없다”며 “다만 이란군이 호르무즈해협의 영해 내에서 선박을 세우고 검색하는 등의 조처에 나설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에 가게 된 청해부대는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노력에 참여해 2009년부터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 중인 전투함 부대다. 국제 해상안전과 테러 대응 동참, 우리 선박의 안전한 활동 지원,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의 임무를 맡고 있으며,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한국 선박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 등으로 알려져 있다. 링스(Lynx) 해상작전 헬기 1대와 고속단정 3척을 탑재한 구축함 1척(4천t급 이상)으로 구성되며 인원은 320명 이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에는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알바니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말 미국의 해양안보구상에는 참여하지 않는 ‘독자 파병’ 형식으로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을 제외한 오만해와 아라비아해 북부 등에 호위함과 초계기, 자위대 인력 260명가량을 파병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 호르무즈해협 해양 감시 작전’에는 독일, 벨기에, 덴마크,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이 지지 뜻을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