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인근 사무실 로비에서 ''북한 원전 추진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018년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이하 유에스비)에 담긴 내용을 회담 직후 미국에도 전했으며 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민감 자료’를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끊으면서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후보자는 2일 오후 5시께 기자들과 만남을 자청해 “국가안보실장으로 당시에 판문점 정상회담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사실을 정확하게 국민들과 공유하는 게 좋겠다 판단했다”며 “정부가 북한에 대해 원전 (건설을) 지원하기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세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총괄했다.
정 후보자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북쪽에 전한 유에스비에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대한 정부의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었다”며 “동해·서해 접경지역의 3대 경제벨트를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협력 구상을 주로 담았다”고 했다. 이때 제시한 협력 방안 중 하나가 ‘에너지 및 전력분야’였으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낙후된 북한의 수력화력발전 개선, 재보수 사업 △몽골을 포함한 동북아 슈퍼그리드망(거대 규모의 전력망) 확충 방안 등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원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어 “정부는 이 내용을 미국과 충분히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4차례 미국을 방문한 자신이 직접 존 볼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신한반도 경제구상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특히 판문점 회담 직후 다시 워싱턴을 방문해서 미국에 북한에 제공한 동일한 유에스비를 제공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경우 남북 경협의 비전을 제시하는 목적의 자료였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미국이 충분히 수긍했고 굉장히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 달 뒤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쪽이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을 만들어 북쪽에 보여줬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야당의 유에스비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차원에서 정상 간 논의의 보충자료로 제공한 자료를 공개한다는 것은 정상회담 관행이나 현재의 남북관계에 전반적 상황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내용이 언젠가는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끼리 주고받은 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정 후보자가 직접 나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논란에 대처하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가 “이 이상 더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날 정 후보자는 “현 상황에서 그 어떤 나라도 북한에 원전을 제공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북한에 대한 원전 제공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를 안 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원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 마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세이프가드 협정 체결 △원전 제공국과의 양자 협정 체결 등 최소 5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