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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사람들이 윤석열보다 홍준표를 더 버거워하는 이유는

등록 2021-10-03 11:48수정 2021-10-04 00:15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99
홍준표가 후보 되면 윤석열 지지층 대부분 흡수
윤석열이 후보 되면 홍준표 지지층 이탈 가능성
내년 대선 첫 번째 고비 11월 5일 국민의힘 경선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예비 후보자 4차 방송토론회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예비 후보자 4차 방송토론회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먼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진행 중인 대선후보 경선에서 누가 이기는지 알아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후보가 된다는 전망에 이견을 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은 엇갈립니다.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윤석열 전 총장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확률은 반반이다. 홍준표 의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답변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각각 겨룰 때 두 사람의 경쟁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9월 3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가상대결은 ‘이재명 43% 대 윤석열 34%’, ‘이재명 43% 대 홍준표 37%’입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그런데 두 사람이 직접 겨루는 여론조사는 홍준표 의원이 앞섭니다. 전국지표조사의 ‘보수 진영 대선후보 적합도’는 홍준표 25%, 윤석열 19%였습니다. 특히 연령대별, 권역별 수치가 흥미롭습니다.

20대 홍준표 34%, 윤석열 7%, 30대 홍준표 33%, 윤석열 8%, 40대 홍준표 28%, 윤석열 13%로 홍준표 의원 지지가 압도적입니다. 50대는 26% 대 17%로 적합도 전체 수치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60대는 홍준표 12%, 윤석열 41%, 70대 이상은 홍준표 11%, 윤석열 29%로 윤석열 전 총장 지지가 압도적입니다. 거칠게 보면 젊은 유권자는 홍준표, 나이 든 유권자는 윤석열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권역별로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은 전체 수치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홍준표 23%, 윤석열 26%입니다. 충청권은 홍준표 21%, 윤석열 27%입니다. 대구·경북은 보수 성향 때문에, 충청권은 지역 연고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을 조금 더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광주·전라는 홍준표 26%, 윤석열 5%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을 싫어한다는 얘깁니다.

많은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물론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로서는 도대체 누가 대선후보가 돼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느냐, 이재명 지사를 꺾을 수 있느냐가 절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한계’를 들었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 알려져 있는데, 그 실력으로는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한계’를 들었습니다. 고발 사주 의혹 등 리스크가 너무 큰 데다, 지지층이 고연령층과 티케이(TK)에 몰려 있어 본선 확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질 것 같아서 윤석열 전 총장이나 홍준표 의원을 지지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두 사람의 강점, 약점, 기회 요인, 위협 요인은 엇갈립니다.

홍준표
강점 : 강한 전투력/정치 경험 풍부
약점 : 2018년 지방선거 참패/패배의 아이콘 이미지
기회 : 젊은 유권자들의 호감/최근 입당한 30만 당원
위협 : 당내 지지 세력 취약/김종인 전 위원장의 반감
윤석열
강점 : 반정치주의 반사 이익/반부패 이미지
약점 : 정치 경험 전무/끝없는 실언
기회 : 보수 신문 지원/의원들의 지지
위협 : 손준성 검사 수사/검찰 사유화 논란

이 중에서 몇 가지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패배의 아이콘 이미지’는 홍준표 의원이 무척 억울해하는 대목입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자신이 나서서 그나마 2등이라도 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어차피 지는 게임을 마무리하기 위해 패전 처리 투수를 내보내 놓고 나중에 패전의 책임을 그 투수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항변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는 좀 다릅니다. 홍준표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 와중이라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을 ‘위장평화 쇼’라고 깎아내렸습니다. ‘당랑거철’이었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무리하게 맞서 ‘패배’에 그칠 수도 있는 선거를 ‘참패’로 만들어 놓고 반성도 하지 않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입당한 30만 당원 변수가 있습니다. 지난 6월 이준석 대표 선출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에는 상당히 많은 신규 당원이 입당했습니다. 최근에는 경선 비중이 50%까지 높아지는 책임당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대선주자들이 조직을 가동하면서 당원 가입이 급증했습니다. 새로 늘어난 당원들이 이번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노컷뉴스> 송영훈 기자가 쓴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입당 원서’ 넘쳐나는 국민의힘… 누가 유리할까?
CBS 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 2021-10-01 05:15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 원서가 넘쳐나고 있다. 이준석 효과에 힘입어 젊은 신규 당원이 대거 유입된 데 이어 대선 경선 후보자들 간의 당원 배가 운동에 불이 붙으면서 4개월 사이 가입한 당원만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의 표심이다. 당비를 1회 이상 내면 ‘책임당원’이 돼 대선 후보 본경선 투표권이 생기는데 책임당원 의사를 밝힌 신규 입당자만 24만 명에 달한다. 기존 책임당원이 약 28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국 새로 유입된 당원들의 표심이 최종 경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9월 30일 자로 당원 명부를 폐쇄했다. 이들 중 1회 이상 당비를 내면 책임당원으로 11월에 열리는 국민의힘 본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신규 입당자는 30만 명에 육박한다. 당내 한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에 “입당 원서가 너무 많아, 당 사무처에서 각 시도당에 원서 처리 어려움을 말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26만 5000여 명이 입당했고, 이들 중 87%인 23만 1000여 명이 책임당원 의사를 밝혔다. 기존 책임당원이 28만 명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본경선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이 크게 늘어난 만큼 본경선도 이들에 의해 요동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최종 대선 후보를 책임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의 합산으로 선출한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당원 투표와 전통 지지층에선 윤 후보가, 여론조사와 젊은층에선 홍 후보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대규모 입당으로 책임당원 구성이 크게 바뀌게 됐다.

당내에선 신규 입당자 중 2030세대가 7만 명(직전 4개월 대비 7.8배↑)에 이르고, 40대 입당자도 4만3천 명(직전 4개월 대비 7.5배↑)에 달하는 점을 근거로 ‘대규모 입당 현상’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홍 후보는 ‘무야홍’을 앞세워 젊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전통적으로 2030의 지지가 높은 유 후보도 토론회를 발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전통 지지 지역이 아닌 수도권(약 11만 명)과 호남에서 신규 당원(약 1만 명)이 폭증한 것도 홍 후보와 유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윤석열 캠프의 믿는 구석이 당원 표심이었을 텐데, 2030 당원이 크게 늘면 물타기 효과를 우려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준석 대표 효과로 2030 등 상당수의 사람이 유입된 상황인데, 이들은 윤 후보에게 유보적 판단을 내리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윤 후보는 입당 전후로 패싱 논란을 빚으며 줄곧 이 대표와 충돌한 바 있다.

다만 윤석열 캠프에서도 당원 배가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윤 후보를 지지하는 당심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당원 배가 운동은 보통 전통·열성 지지자들의 지인이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친구나 가족, 친지를 가입시키는 것이라 사실상 한 후보의 표”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수사가 최대의 위협 요인일 수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는 결정적인 물증 앞에서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손준성 검사가 구속되거나 기소될 경우 윤석열 전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실은 자신이 시켰다고 인정하는 길입니다. 대선후보를 사퇴해야 합니다.

둘째, 손준성 검사의 범죄를 인정하되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길입니다. 검찰에서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했던 그는 이제 검사들의 존경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셋째, 이번 사건은 공작이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우기는 길입니다. 사건의 진실을 미궁에 빠뜨리고 정치적인 탈출을 모색하는 방법입니다. 현재로써는 세 번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의 처지는 옹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10월 2일 치 신문에 ‘고발사주 검찰 관여 확인, 윤석열 “공작” 주장 아직 그대론가’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입니다.

국민의힘은 10월 8일 2차 컷오프를 합니다. 8명의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합니다. 추세로 보면 홍준표, 윤석열, 유승민 세 사람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나머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는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10월 11일부터는 권역별 합동토론회와 일 대 일 맞수토론이 진행됩니다. 11월 5일 최종 승자가 가려집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결선 투표가 없습니다. 국민의힘 당헌은 “대통령 후보자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인단 유효투표 결과 50%,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하여 산정한 최종집계결과 최다득표자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은 경선 일정에서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유승민 전 의원의 추격입니다.

홍준표-윤석열, 윤석열-홍준표의 대결이 팽팽해지면 3등, 4등 주자의 성적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그랬습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대결이 팽팽한 상황에서 3위를 달리던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했습니다. 손학규 후보 지지층은 이명박 후보에게 넘어갔습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손학규 후보가 탈당하지 않았다면 2007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차지했을 것입니다.

둘째, 박근혜 변수입니다.

국민의힘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메시지를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가 홍준표 의원이나 윤석열 전 총장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면 어떻게 될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선 개입은 그 의도가 관철되는 쪽으로 작용할지, 반대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홍준표냐, 윤석열이냐’는 화두는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에게도 무척 관심이 많은 주제입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돼야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홍준표가 더 버거운 상대”라는 쪽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반문재인, 반민주당 성향이 무척 강한 사람들이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최근까지 검찰총장을 했던 사람을 대선후보로 지지하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면 이들은 거의 다 투표장에 나와 홍준표 후보를 찍을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반문재인, 반민주당 성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면 이들 가운데 꽤 많은 수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를 찍지는 않겠지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습니까? 당분간 정가의 관심사는 ‘홍준표냐 윤석열이냐, 윤석열이냐 홍준표냐’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무척 대조적인 인물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반정치주의 바람과 정권교체라는 당위가 결합해서 갑자기 등장한 후보입니다. 국민의힘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현재 신분은 대선주자지만, 그의 정체성은 아직도 엘리트 검사, 검찰총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홍준표 의원은 오랫동안 기득권에 맞서온 비주류 이미지와 정권교체라는 당위가 결합해서 다시 떠오른 후보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검사 출신이지만, 그의 정체성은 변방 출신 정치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과연 누가 이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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