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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BAR

선거구 무법 상태…새누리당을 고발합니다

등록 2016-01-14 17:04수정 2016-01-21 10:48

정치BAR_남기남의 솔까쓰
20대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선거구가 없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30일까지
선거구를 다시 그으라고 결정했는데도
이행이 되지 않은 상황이죠.
결과적으로는 국회의 직무유기입니다.
그래서 손쉽게 협상 주체인 여야를 비난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선거법 못 만드는 거야
여야 양쪽에 잘못이 있는 거죠.”
(김현정_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야당 책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양쪽이 아니죠.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그런 것이지.
야당이 처음에 뭐라고 했습니까?
국민 뜻하고 전혀 상관없이
전부 비례대표를 많이 늘리자…”
(김문수_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런데 단순하게 양쪽을
비난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선거구 획정을 비롯한 선거제도 협상이 무산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여야의 협상 상황을
다시 초 간략하게 정리해볼게요.

헌재가 선거구의 인구 비율을
3:1에서 2:1로 조정하라고 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기회에
선거 제도를 선진적으로 바꾸자며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놨습니다.
비례대표를 강화하자는 게 핵심이었죠.
지금은 정당명부 득표에서 3% 이상을 얻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해요.
이렇게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주는 거죠.
그런데 비례의석이 적은데다
배정 규정도 엄격하다 보니
소수정당이 정당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1인 1표의 원칙’에는
1인당 1표의 가치가 동일해야 한다(표의 등가성)는
개념도 포함돼 있는데요,
지난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표의 등가성이
왜곡돼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 득표를 했지만 152석,
전체 의석의 50.67%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통합당도 득표율 36.45%였지만 127석,
의석비율의 42.33%를 가져갔어요.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간 것이죠.
반면 통합진보당은 10.3%를 득표했지만
13석을 얻어 의석 점유율이 4.33%에 그쳤습니다.
전통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거대정당은
이런저런 혜택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기본 의석이 보장되니까
국고 보조금도 많이 받고요.

그런데
소수당은 지역 기반도 없고 물적 기반도 약하니까
많은 지역구에 후보 내기도 힘들고
한 선거구에서 1등만 국회의원이 되는 방식으로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힘듭니다.
부익부 빈익빈 구조죠.
다수당은 더 커지고 소수당은 더 작아지는.

우리는 기회의 균등을 얘기합니다.
출발선이 같아야 하고
이를 국가가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고 하죠.
중립 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강화를 제안한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정당의 ‘인기도’를 측정해
그만큼의 의석이라도 보장하자는 거죠.
너무나 합리적인 제안 아닙니까.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나마 유력하게
검토된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지역구를 260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를 40석으로 줄이되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과반을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당이 11%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으면
300석의 11%인 33석의 과반인 17석을
무조건 보장하는 거죠.
그 당 지역구 당선자가 7명이라면
비례대표로 10석을 배정해
17석을 맞춰주는 겁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거부했습니다.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진다”는 이유로요.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이 양보안을 냈습니다.
전체 의석 보장 수준을
득표율의 50%에서 40%까지 낮추자고.
11%를 득표한 당의 전체 의석수를 33석의
40%인 14석으로 줄이는 절충안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거부했습니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털끝만큼이라도 건드리면
지금보다 의석 줄어드니까 못 받겠다는 건데요.
그런 논리대로라면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갔던 더민주도
의석 줄어들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거부 이유가 너~무 단순해서 더 찾아봤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말이 그나마
논리적 형태를 갖추고 있더라고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저희들이 현 시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권력구조가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이고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제1당의 과반수 확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정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연동제를 받게 되면 이것이 흔들리게 됩니다.”

대통령제에서 여소야대 되면 나라 망한답니까?
어차피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과반 의석이어도
여야 합의가 중요한 상황인데요.
또 지금 야권이 분열돼서
새누리당 180석, 200석까지 얘기 나오는데
꼴랑 과반 유지하겠다고 ‘생떼’ 부리는 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바르게 설계해서
국민에게서 선택받을 생각은 안 하고
어떻게 하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골몰하고 있는 거죠.
오죽하면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런 얘기까지 했을까요.

“내가 볼 때 새누리당이 좀 과해요.
새누리당이 선거 원만히 치르기 위해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 방안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이 거대 여당으로서
형님인데, 형님이 너무 자기의 당의 이익,
당리에 너무 치우친 거 아니냐,
전체적으로 맏형이 그렇게 주장하면
성사가 어렵습니다.”

결국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 있어서 안 된다”는
새누리당의 고집 때문에
1년 가까이 논의된 비례대표제 강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헌재의 결정대로
인구 비율에 맞춰
단순히 선거구 긋는 일만 남았답니다.

올바른 선거제도, 게임의 룰을 설계하려고
머리를 맞대다가 좋은 구상은 다 날리고
헌재가 시한으로 제시했던 날짜도 못 맞춰서
선거구가 사라진 무법 상태가 초래된 것입니다.
누구의 책임인지 이제 명확하지 않습니까.

’잘못은 내가 해도, 욕은 나눠 먹는다’
새누리당이 “배째!”하며 버티는 이유입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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