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2야 임시 수장으로 마주선 김종인·박지원
김종인 1940년 7월11일생. 박지원 1942년 6월5일생. 20대 국회의원 300명을 나이순으로 도열시키면 맨 앞 두 자리가 이들 몫이다. ‘희수’를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이들의 이름 앞에 ‘원로’라는 타이틀을 붙이기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비상대권’을 틀어쥔 두 사람의 활동력은 어지간한 50~60대 못잖다. 이들은 대통령이 목표인 정치인이 아니다. 하지만 2017년 야권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1987년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김종인은 야권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정치판의 흐름을 읽고 국면을 전환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재미 사업가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밑에서 현실정치를 배운 박지원은 정무 판단과 협상력, 대중적 언어감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종인은 최근 박원순·안희정 등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들과 잇따라 접촉했다. ‘잠룡 감별’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박지원 역시 전남 강진에 칩거중인 손학규를 꾸준히 호출하고 있다. 두 사람의 행보는 잠재적 대선주자가 많을수록 입지 확보가 용이해지는 킹메이커의 정치적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킹메이커에게 대선주자는 ‘장기판의 말’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의 친분은 오래됐다. “30년 된 형님 동생 사이”(박지원)라고 한다. 지난 5월27일 20대 국회 개원 기념식을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이 국회 본관 정문 앞에서 조우했다. “형님, 나 모르는 척하는 거야?” 박지원이 차를 타러 내려가던 김종인을 불러 세웠다. 김종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모르는 척하기는. (부르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지.” 현안에 대한 짧은 대화 뒤 김종인이 “내 차는 아직 안 왔다. 먼저 가시라”고 권유했지만, 박지원은 “서열이 있지, 내가 어찌”라며 자리를 지켰다. 두 사람의 의전서열은 박지원이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엇비슷해졌다. 비대위원장 취임 이튿날인 6월30일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박지원을 만나 물었다. -김종인 대표한테서 축하 전화 받았나? “아직. 바쁘면 난이라도 보내야지. 그 양반이나 나나 이제 동등한 지위인데.”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더니. “국민의 정부 때 대통령께 경제부총리로 추천까지 했다. 그런데 당시가 재벌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시기라 대통령이 주저하더라. 가뜩이나 재벌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재벌개혁론자에게 경제수장을 맡기면 시장에 안 좋은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걱정하신 거다.” -김 대표가 박원순·안희정 접촉하는 건 어찌 보나? “큰 의미 안 둔다. 그 양반이 그런다고 판이 바뀌겠나? 전당대회 열리면 대표도 그만둬야 하는데. 김종인을 대표로 추대 안 한 건 문재인의 실수다. 김종인 체제로 내년까지 갔어야 한다.” 박지원의 말에선 2017년 야권의 대선판을 주무를 ‘큰손’은 결국 자신이 될 것이란 은근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안희정·김부겸·손학규의 ‘2017 육룡 열전’에 앞서 ‘희수 킹메이커’들의 막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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