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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내려놨다고요? ‘박근혜 담화문’ 읽는 법

등록 2016-11-29 16:28수정 2016-11-29 17:21

정치BAR_남기남의 솔까쓰

사진 연합뉴스 제공
사진 연합뉴스 제공

국기문란의 주범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대통령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
제목만 보면 박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놓는
대단한 결단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이 온 우주의 기운을 받아 낭독한
대국민담화의 행간을
남기남 기자가 짚어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당신 가슴이 그러면 국민들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당신의 책임은 측근을 관리하지 못한
도의적인 것이 아닙니다.
피붙이보다 더 가까운 최순실 일가를 위해
재벌 돈을 뜯고 사업 청탁을 했습니다.
당신은 끝까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를
정말로 모르는군요.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는
노회찬 의원의 규정에
다시 한 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재판 과정에서
반성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감형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만인이 평등한 법정에서
티끌만큼도 선처받지 못할 겁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언제요? 적극 협조하겠다던
검찰 수사도 거부했는데
대체 언제 경위를 밝히겠다는 건가요?

‘중립적인 특검’은 당신에게 호의적일 거라는
오판을 하고 있는 건가요?
당신은 이미 고해성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그래서 불면증입니까?
그래서 2014년 4월16일,
관저에서 늦게까지 나오지 않은 겁니까?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임기단축 개헌이라도 하라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탄핵을 피해보겠다는 겁니까?
법률을 어긴 범죄자로서
법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당신은 내려놓는 척 했을 뿐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을 본래의 궤도로 올려놓고 싶다고요?
그럼 아무런 조건 없이 내려오세요.
당신이 대통령 되기 전의 상태가
가장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일 테니까요.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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