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BAR

언제는 친박 용서하자더니? 홍준표의 ‘탈박’ 꼼수냐 큰 수냐

등록 2017-10-06 10:00수정 2017-10-06 23:14

정치BAR_ 이것만 알면 당신도 ‘정치밥상’ 차린다 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월29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월29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 친척들과의 대화는 즐거우면서도 살짝 고민스럽습니다. 특히 ‘유난히’ 긴 올 추석연휴, 얼굴만 봐도 흐뭇한 시간은 곧 물러가고 대화 소재는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겠죠. 괜히 “결혼 언제 하냐”, “취업은 왜 안되냐” 등 ‘가출 유발’ 질문을 하는 대신, 요즘 정치 돌아가는 얘기로 대화를 이끌어보면 어떨까요. <한겨레> 정치부가 준비한 ‘정치 밥상’ 메뉴로 추석 밥상의 ‘손석희’로 거듭나보세요.

<내년 지방선거 ‘친박 솎아내기’ 움직임에 집단 반기> <홍준표, 출당 강행 땐 ‘보수 민심’ 등 돌릴 수도> <“의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출당시키나” 혁신위 안건 최고위 의결조차 어려워>.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대구·경북지역의 한 일간지는 1면과 3면을 털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를 앞세워 추진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에 대한 탈당·제명 움직임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를 두고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선 반년째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대주주격인 티케이(TK)의 추석 민심을 동정론과 배신론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티케이 지역 동정론과 배신론의 최대수혜자는 정치적 생명이 끝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최경환 의원이다.

최 의원은 지난달 13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리라”며 당 지도부에 권고하자, 이튿날 홍준표 대표를 향해 “친박 표를 얻어서 당 대표가 되자마자 이렇게 하는 것은 정치적 패륜”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가며 선거운동을 했다. 저도 그런 홍 후보의 모습에 지역 곳곳을 다니며 박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홍 후보를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홍준표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지금에 와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출당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회한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니 답답하고 가슴이 미어졌다. 당신께서 제일 소중히 여기시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가슴 깊이 했다.”

사흘 뒤에는 다시 페이스북에 “경산 갓바위 소원성취축제 마지막 날 갓바위 정상에 올랐다. 두 손을 모았다. 하루빨리 안보위기가 수습되어 국민이 안정을 되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박근혜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된 보수의 화합과 재건으로 국민들로부터 다시 한 번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았다”고 썼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의리’와 홍 대표의 ‘배신’을 교차시키면서 티케이지역 민심을 흔들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최경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최경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대표는 ‘친박 청산’에 대한 의지가 정말 있는 것일까. 여의도 정치권에서 매일 제기되는 근본적 의문이다. 홍 대표는 최 의원의 원색적 비난이 쏟아진 지난달 14일 연세대 특강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 탈당 권유가 친박 청산을 보여주려는 꼼수 아니냐’는 학생의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꼼수가 아니라 ‘큰 수’다.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친박계에 대해선 특유의 입심을 살려 “국회의원 하려고 박 전 대통령 치맛자락 붙든 사람들 아니냐. 친박 행태가 참으로 뻔뻔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 청산의 범위나 탈당 거부시 제명 가능성을 두고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대증요법식 땜질처방에 능한 ‘홍준표식 정치쇼’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이유다.

홍 대표는 5·9 대선을 닷새 앞두고 경북 안동 유세에서 갑자기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던 친박들을 용서하자”고 했다. 특히 “친박들 중에서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던 분들도 다 용서하는 게 맞다”면서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진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앞서 친박 핵심을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비난했던 홍 대표였지만, 대선 전 보수층 결집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그러더니 5·9 대선 패배 직후에는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며 친박계 의원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애초 대선보다는 당권이 목표였던 홍 대표 입장에선 친박계가 ‘당권 접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친박 쪽에선 “그동안 선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때 어쩌고 하냐.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냐”는 말이 나왔다.

홍 대표 자신의 지시로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원권 정지 해제 절차를 밟은 지 5개월 만에 다시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당에서 나가라는 요구에, 친박계 쪽에선 “‘일사부재리’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번 징계를 받았고 이미 ‘사면’이 내려진 사안을 다시 징치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혁신위는 ‘박근혜·서청원·최경환’ 3명만을 콕 집어 이들이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당헌·당규대로 제명(출당) 절차를 밟을 것을 당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에서 쪼개져 나간 바른정당 의원들이 들으라는 듯 “분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당에 제안했다. 홍 대표는 이러한 혁신안이 나오기 전에 티케이 지역 여론조사를 통해 ‘박근혜와의 결별’의 득실, 시기 등을 저울질했고, 추석 전에 탈당 공론화를 결정했다. 친박 청산을 전제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바른정당 내부의 통합론자들을 흔들고, 이들이 일부 탈당해 바른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면, 지방선거를 전후로 ‘여권 대 자유한국당’이라는 과거의 양당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식이다.

2012년 11월16일 경남 마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하는 희망 경남 살리기’ 행사에서 박근혜 18대 대통령선거 후보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손을 흔들고 있다.
2012년 11월16일 경남 마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하는 희망 경남 살리기’ 행사에서 박근혜 18대 대통령선거 후보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손을 흔들고 있다.
실제 바른정당 3선 의원 일부가 추석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3선 의원들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드는 등 홍 대표의 계산이 맞아떨어지는 답안지도 나오고 있지만, 달랑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논의는 애초 바른정당 쪽이 요구한 통합 논의 조건인 ‘친박 8적 청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이 역시 홍준표식 대증요법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상황이다.

반면 홍 대표의 친박 청산 의지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홍 대표 본인이 친박 청산을 큰 소임으로 보고 있는 것은 맞다. 그래야 바른정당과의 통합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친박 결별 의지는 확실하다. 바른정당을 통합시킬 최소한의 환경은 만들어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홍 대표가 ‘양아치 친박’이라고 했다가 ‘함께 하자’고 했다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입장을 달리하니, 친박들은 ‘박근혜 팔아서 표 모으더니, 끝나고 나서 이런 식으로 자른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홍 대표는 원래 친박하고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잠시 타협한 것이고, 이제는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상징적 친박’들만 겨냥해 공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티케이 쪽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당내에 친박이라고 해봐야 상징적 인물은 서청원, 최경환 둘이다. 홍준표 입장에선 그대로 두었을 때 자기 목에 칼을 댈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상대 역시 서·최 두 사람이다. 친박 청산이라는 명분을 찾으면서도 다음 총선 전에 정적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원외 인사인 홍 대표는 내년 재선거가 점쳐지는 서울 송파을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5대 총선으로 정치에 입문할 때 첫 지역구가 송파였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구에서 마지막 정치인생을 보내겠다”고 선언한 홍 대표는, 보수의 심장이자 텃밭인 대구를 기반으로 해야 본인이 생각하는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대구행을 택한다면 20대 총선에서 대구·경북 초선들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최경환 의원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당장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이 패배할 경우, 티케이 지역 의원들이 중심이 돼 대표직 축출 움직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경환이라는 ‘구심점’을 당에서 쳐내면 이런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9월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9월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땜질처방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독고다이’ 스타일인 홍준표식 정치에는 빈틈과 구멍이 많다. 친박계는 이를 노려 ‘박근혜 방패’ 작전을 편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서청원·최경환 의원도 피해갈 수 없으며, 이어 여타 친박 의원들까지 화를 당할 수 있다는 ‘도미노론’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법원에 요청하자, 친박계와 티케이지역 의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배경에는 단순히 법리나 의리로 채워지지 않는 정치적 계산도 작동한다. 친박계 쪽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은 당 최고위원회 의결조차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내년 경북도지사 출마를 생각하는 이철우 최고위원이나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이재만 최고위원이 표 떨어지는 일에 찬성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에 대해 친박계 쪽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김태흠 의원이 왜 그렇게 홍준표 대표를 들이받겠나? 서청원·최경환이 없어지면 그다음 타깃은 자기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대표는 물론 친박계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결과 이후의 티케이 지역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티케이 출신 정치권 인사는 “홍 대표는 박근혜라는 그림자를 당에서 지우려 한다. 박 전 대통령 유죄는 확실한 상황이다. 티케이에서도 불쌍하게 보지만 금방 잊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1심 결과가 티케이 지역의 동정론을 다시 키우며 홍 대표에게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말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구속해 수의를 입혀 법정에 세웠다. 이듬해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대구에선 자민련 돌풍이 불었다. 13개 지역구에서 자민련 후보가 8곳, 무소속 후보가 3곳에서 당선된 반면,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는 고작 2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홍 대표는 지난달 28일 “앞으로 보수재건이란 말은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 이미 재건이 되었기 때문에 재건이란 말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 특유의 허풍과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당장 넘어야 할 산이 ‘영남 알프스’처럼 첩첩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김 여사, 필리핀 영부인과 미술관 방문…국내선 ‘김건희 국감’ 1.

김 여사, 필리핀 영부인과 미술관 방문…국내선 ‘김건희 국감’

이진숙, 이틀 일하고 2700만원 벌었나…탄핵돼도 급여 꼬박꼬박 2.

이진숙, 이틀 일하고 2700만원 벌었나…탄핵돼도 급여 꼬박꼬박

국힘 “‘음주운전=살인’ 문 전 대통령, 문다혜가 예외 돼야 하나” 3.

국힘 “‘음주운전=살인’ 문 전 대통령, 문다혜가 예외 돼야 하나”

[단독] 민주당 ‘김건희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에 여당 배제 ‘규칙’ 발의 4.

[단독] 민주당 ‘김건희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에 여당 배제 ‘규칙’ 발의

[단독] ‘자생병원’, 대통령실 특혜 의혹…이원모 장인 ‘특허 약재’로 건보 수익 5.

[단독] ‘자생병원’, 대통령실 특혜 의혹…이원모 장인 ‘특허 약재’로 건보 수익

대통령실 다음으로 신뢰도 ‘바닥’ 방통위…이진숙 “제가 탄핵당해서…” 6.

대통령실 다음으로 신뢰도 ‘바닥’ 방통위…이진숙 “제가 탄핵당해서…”

[단독] 일 자위대 일시체류에 국회 동의 필요없다는 국방부 7.

[단독] 일 자위대 일시체류에 국회 동의 필요없다는 국방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