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전략공천을 제안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18일 불출마하기로 했다. 서울시장 후보 기근이 몇 달째 계속 되면서, 결국 바른미래당과의 묵시적 선거연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석연 전 처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오전에 홍 대표와 통화를 하고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이후 홍 대표에게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문자메시지에서 “서울시장 출마 요청 건과 관련하여 제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삶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대표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점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혹시 이번 일로 대표님과 당에 누가 되었다면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립니다”라고 썼다.
홍 대표는 지난달 설 연휴 직후 이 전 처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제안했다. 이 전 처장은 지난 15일 전략공천을 제안받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지만, 불과 나흘만에 불출마를 결정했다.
자유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스스로 떠맡은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히든카드가 있다”며 큰 소리를 쳐왔다. 이후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한 영입을 시도했지만 홍 전 의원이 거부하며 무산됐다. 보수진영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홍 대표 스스로 “탄핵 선거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홍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이 전 처장에게 전략공천을 다시 제안했지만 이 마저도 불발됐다. 홍 대표는 지난 15일 “2011년 이석연 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한 것은 청와대에서 불출마를 종용하면서 당내 경선을 요구했기 때문이지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이 전 처장에 대한 전략공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당 안팎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대표는 “거짓선전과 관제 여론조사로 국민을 기망하고 현혹하는 문재인 정권을 6·13 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하는데, 아직도 박근혜 미망에 갇혀서 보수우파 분열을 획책하는 일부 극우들의 준동에 좌파들만 미소짓고 있다. 극히 일부에 불과 하지만 탄핵시 오락가락 행보로 무소신 정치 행각을 벌인 당내 분들도 이제 자중하기 바란다”고 썼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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