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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처리 등 원내대표 협상서 결정
상임위 합의해도 뒤집어지기 일쑤
한정애 “원내대표가 ‘일하는 국회’ 걸림돌”
안건 처리 등 원내대표 협상서 결정
상임위 합의해도 뒤집어지기 일쑤
한정애 “원내대표가 ‘일하는 국회’ 걸림돌”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한정애 일하는 국회 추진단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대표 ‘협상력’에 달린 국회 국회 조직과 의사결정등의 절차를 정해두고 있는 국회법에는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라는 문구가 모두 25번 등장합니다. ‘교섭단체 대표의원’, 즉 원내대표와 ‘협의’할 대목은 본회의 일정을 정하는 일부터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일까지 폭넓고 다양한데, 이를 법으로 정해둔 이유는 의원 300명으로 구성된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본회의 일정부터 통과 법안의 항목과 순서까지 전적으로 원내대표간 협상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이들의 협상력에 따라 국회가 좌지우지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원내대표들이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각 당의 의원총회에서 반대할 경우 국회가 공전하는 문제도 반복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정국을 달궜던 ‘패스트트랙 국면’입니다. 지난해 12월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 교섭단체 3당 회동에서 △예산안 합의 처리 △민생법안 필리버스터 철회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 등의 내용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총에서 “얻은 것 없이 내어주기만 했다”는 의원들의 항의를 받자 필리버스터 철회 결정을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 미치는 원내대표의 영향력도 막대합니다. 본회의 처리 법안 역시 대부분 원내대표간 협상으로 정해진 탓에, 아무리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라고 할지라도 정당간 이견이 첨예하거나 쟁점이 많은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아직 상임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법안이라도 원내대표 회동’에서 극적으로 법안 통과가 합의될 경우 해당 상임위에서 부랴부랴 논의되어 처리되기도 합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에서는 특정 법안을 두고 ‘원내대표가 곧 바뀌니까 우리는 합의 못한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회의원 모두가 헌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의 ‘의중’을 이유로 상임위 논의를 보이콧하는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4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시도하자 이에 항의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상임위 중심의 상시 국회’의 필요성 국회 운영이 ‘원내대표간 협상’이라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예측가능한 국회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3월 발의했습니다. 2월‧4월 및 6월 1일과 8월16일로 정해두고 있는 임시회 집회를 ‘정기회의 회기가 아닌 월의 1일과 12월11일’로 바꿔 국회 운영을 더욱 상시화하고,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뼈대입니다. 상임위원회 정례회의 개회를 의무화하고,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는 현행 2회에서 매월 4회 이상 개회하도록 해 법안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법안에 담았습니다. 또한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에 대한 위원회의 심사기간을 현행 180일에서 45일로 단축해,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는 상황을 방지하도록 했습니다. 보다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서는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간담회에서 “상임위·소위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확립하고, 법안의 ‘선입선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유지되는 ‘만장일치제’를 ‘다수결 원칙’으로 확립해 단 한 사람만 반대해도 법안 심사가 공전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또한 먼저 발의된 법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선입선출’ 기준을 정해,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 시간을 보장하는 한편 소위에서 장기간 ‘논의조차 되지 못해’ 사라지는 법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에 열린 21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일하는 국회’를 주요 개혁과제로 정할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원구상 협상을 진행한 뒤 여야 원내대표의 공동발의 형식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입니다. 21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낼 박병석 의원 역시 “개원 직후 일하는 국회 개혁 티에프(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법이 과연 177석 ‘거대 여당’의 의지대로 통과될 수 있을까요? 지난 30일부터 21대 국회의원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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