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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익은 뒷전, 표만 보이나…여야 주자들 감정 앞선 ‘외교강경론’

등록 2021-08-09 19:34수정 2021-08-10 02:08

여당 이재명·이낙연 “올림픽 보이콧”
‘반일 친문’ 지지층 고려한 선명경쟁

야당 최재형, 무대책 대북 강경론
윤석열, 사드 발언으로 중국 자극

“외교는 국내 요소만 고려해선 안돼
국가 간 균형·제3국 시선 등 고려를”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장면. 일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조직위원회 누리집의 독도 표기 문제를 비판하며 ‘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 장면. 일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조직위원회 누리집의 독도 표기 문제를 비판하며 ‘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도쿄 올림픽 참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섣부른 감정적 발언을 쏟아내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순 있지만,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를 크게 좁혀 국익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낙연 전 총리는 지난 5월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누리집 지도에 독도가 희미하게 표기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여권의 대선주자로 당연한 주장이었지만, 발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는 극단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총리 시절 일본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이 전 총리마저 ‘대회 불참’이라는 주장을 내놓게 된 것은 일본에 대한 선명한 태도로 여론의 지지를 모아온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요직을 역임한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민주당 쪽에서는 (반일 성향이 짙은) 친문(재인) 지지층의 표를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이들의 관심은 외교·안보 문제 그 자체보다 친문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전 총리, 이재명 지사, 정세균 전 총리 등 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올림픽 보이콧’ 주장을 쏟아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공저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에서 “우리의 역량이나 상대의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지는 공약, 일관성이 부족한 외교는 국내적으로 대립과 혼선을 불러오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신뢰 약화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며 “내가 옳더라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국제사회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요구하며 2012년 8월 독도를 방문했다가 한-일 관계를 격랑에 빠뜨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초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대일 정책을 이어가다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12·28 합의에 동의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엔 12·28 합의의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했지만, 취임 후엔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야권 주자들은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내놓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중 간 민감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미사일 철수 문제를 연동시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를 요구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성명에 대해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용 북풍을 기도한다는 의심을 사선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향후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를 맡겠다고 나선 이들의 발언이 너무 안일하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취임 초기엔 ‘비핵·개방·3000 구상’ 등을 통해 전임 정부가 쌓아 올린 남북 관계의 성과를 부정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2011년 5월 북과 비밀접촉을 시도하다가 상대가 이 내용을 일방 공개하며 큰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대선주자들도 외교 문제를 다룰 땐 국내적 요소만 고려해선 안 된다. 국가 간의 균형은 물론 제3국에 어떻게 비칠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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