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낙연 공동위원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7일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를 띄우며 공식 등판했다. 민주당은 원팀 효과를 발판삼아 선대위 내홍에 발목잡힌 국민의힘을 따돌릴 ‘산타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통합을 이뤄낼 중요한 시기다. 이 전 대표님의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아홉 문장의 머리발언에서 이 전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세 번이나 하며 환영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이 후보로서는 60%대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는 호남의 뜨뜻미지근한 지지세를 돌파할 수 있는 이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했다.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냈다.
민주·혁신·포용·미래·평화 5대 분야별 의제를 설정해 공약으로 반영할 위원회는 다음달 5일 첫 방문지를 광주로 정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다움’을 훼손해선 안 된다.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시대에 맞게 살려가는 쇄신이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는 쇄신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전 대표의 등판으로 ‘원팀 선대위’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했고,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반복하는 초유의 분란을 겪는 국민의힘과 대비되어 돋보이는 효과도 기대한다.
여론조사 흐름도 이 후보에게 나쁘지 않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9~24일 성인 3090명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8%포인트)를 보면, 윤 후보는 1주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40.4%, 이 후보는 1.7%포인트 상승한 39.7%였다. 두 후보의 상승·하락세가 갈리면서 두 후보 간 격차는 6.4%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줄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선, 이 후보가 37.6%, 윤 후보는 35.8%를 얻으며 팽팽한 경합세였다. 민주당은 아직 이 후보가 득점을 통해 확실히 역전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골든 크로스라기보다는 데드 크로스(약세 상황에서의 일시적 상승세)라는 판단이 든다. 상대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저희가 확고하게 개선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부 갈등과 김건희씨 허위이력 의혹 탓에 국민의힘이 삐걱거리는 지금이 연말연시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산타랠리’를 만들어낼 호기라고 본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지금 지지율로는 이길 수 없고, 지지율이 42%는 나와줘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 열린민주당과 통합,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 탈당 인사 복당 등을 통해 최대한 우리 진영을 끌어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올해까지 집토끼 결집에 총력을 쏟고 내년 초에는 부동산 공급정책 발표 등을 통해 중원 확장 전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여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이재명 후보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20·30 세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관건이라고 본다.이 후보가 전날 공공산후조리원 확대에 이어 이날 피임과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공약을 내놓은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민주당은 네거티브에는 역효과를 우려해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이날 “(김건희씨 사과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겨드리는 게 도리인 거 같다”며 말을 아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오늘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을 방문하던데 그건 2등 전략”이라며 “네거티브로는 상대가 1등이 되는 걸 막을 순 있어도 우리가 1등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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