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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심상정의 모병제…“2030년 병력 30만·초봉 300만원”

등록 2021-12-28 04:59수정 2021-12-28 08:23

2022 대선 콕! 이 공약
심상정 후보 ‘한국형 모병제’

2단계 과정 통해 전원 모병제 전환
인구 절벽…10년내 입대 장병 급감
“과학기술에 기반한 선진 강군 육성”
50만명 규모 직업 예비군제 제시도

이재명 후보 ‘징·모병 혼합제’와 차이
윤석열 “재정 문제·안보 공백” 소극적
전문가 “늦기전에 공론화 시작해야”
지난해 5월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훈련병들이 입소하고 있다. 해병대 페이스북
지난해 5월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훈련병들이 입소하고 있다. 해병대 페이스북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앞다퉈 ‘모병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모병제는 현재의 강제 징집이 아닌, 지원자로만 군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병역 문제가 20대 남성들의 주요 불만이자 관심사라는 판단 아래, ‘합리적’ 군 복무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한국형 모병제’를 발표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모병제 공약을 내놨다. 이 가운데 심 후보가 모병제의 세부 내용과 추진 일정 등 가장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상정 후보의 한국형 모병제 뼈대는 2단계 과정을 통해 2030년부터 병력 30만명 규모의 모병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단계로 2029년까지 징·모병 혼합제(의무복무 12개월 징집병과 의무복무 4년 전문병사 혼합 운영)를 거쳐 2단계로 2030년 전원모병제 전환 △2030년 이후 병력 30만명에 병사 초봉 300만원 지급 △현재 예비군제도를 없애고 50만명 규모의 직업 예비군제도 전환 등이다.

지난 24일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선택적 모병제’는 병역대상자가 단기간 복무하는 징집병과 상대적으로 오래 복무하는 전투부사관 중에서 선택하는 제도다. 현재 징집병에 의존하는 50만명(병사 30만명·간부 20만명)인 병력 구조를 전문성을 갖춘 간부(장교·부사관) 중심의 40만명(간부 25만명·병사 15만명)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심상정 후보가 1단계 징·모병 혼합제를 거쳐 2단계 전면적 모병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이재명 후보는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징·모병 혼합제’에 집중하겠다는 차이가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00년 이후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에서 모병제 논의가 나왔지만 흐지부지되곤 했다. 북한군 120만명과 대치하는 안보 현실 때문에 모병제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2016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북한 120만명 병력에 대해 우리 군은 최소한 50만명의 상비 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고려 없이 모병제를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달 23~25일 <한겨레>가 20대 초반~30대 초반의 남녀 28명을 대상으로 했던 ‘표적집단 심층면접’(FGI)에서도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입대를 앞둔 20대 초반 남성들은 모병제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이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머릿수가 아닌 과학기술에 기반한 선진 강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층이 급감하는 인구 절벽과 과학기술혁명에 주목해 대규모 병력 중심의 군대에서 현대화·과학화·지능화된 새로운 군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2030년부터 ‘모병제 30만명’으로 전환하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돼야 한다. 남북관계가 출렁이면 모병제 추진의 동력도 힘이 빠진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일부 보수는 ‘유사시 북한 지역을 점령·통제하는 안정화작전에 현재 규모의 육군 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감군과 모병제에 반대한다”며 “병력 30만명 규모의 모병제를 추진한다면 ‘우리는 흡수통일할 뜻이 없다’를 메시지를 행동으로 북한에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병제와 한반도 평화의 상호 작용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와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국형 모병제가 설득력을 강화하려면 따른 구체적인 비용 효과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모병제를 반대하는 간판 논리는 분단 현실과 함께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임금 보상 수준을 고려했을 때 모병제를 유지하려면 재정 문제와 맞물려 안보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모병제 논의에 소극적이다. 현재 국군은 징병된 병사에게 낮은 급여를 주고 인건비를 절감해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방개혁에 따라 국군 병력은 2018년 60만명, 지난해 55만5천명, 내년에는 50만명으로 줄어든다.

심상정 후보 비서실장인 김종대 전 의원은 각종 토론회에서 ‘30만명 모병제’는 가성비 높은 투자라고 설명한다. 징병제에서도 이미 20만명 가량 간부가 있으니까 병사 10여만명의 월급 연 7조원(정의당 자체 시뮬레이션 추정치)이 더 필요하므로, 병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분(인건비, 시설 장비 유지 비용 등)을 빼면 실제 비용 부담은 7조원보다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업·경력단절로 인한 늦은 사회진출, 줄어든 개인생애소득 등 징병제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연간 10조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2017년 이상목 국방대 교수)까지 감안하면 모병제 전환이 사회 전체로 보면 ‘합리적인 투자’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이 1973년 모병제로 전환했을 때 경제적 효율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 정부 관계자는 “1970년대 초반 미국 경제학자들이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포함해 징병제의 비용을 계산하면 징병제 유지 비용이 적지 않다고 주장해, 애초 모병제에 부정적이던 미국 여론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강했던 정부 관련 부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모종화 병무청장은 “연간 필요한 현역 인원이 20만명인데, 2032년부터 18만명 이하로 떨어져 인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단기·중기·중장기적 측면에서 병역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병제 검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외국 모병제 전환 경험을 보면, 논의부터 시행까지 10년 이상 걸린 경우가 많아 우리도 늦기전에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갈수록 군대에 갈 젊은이들이 줄어들어 현재 병력 규모의 징병제를 유지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모병제 논의는 시기상조가 아니라 만시지탄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병제가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라)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병역제도는 나라마다 다르고 한 나라에서도 그때그때 안보 상황, 국가전략, 인구 구조, 국방 정책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병제 전환은 충분하고 진지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가능하다. 심 후보의 공약을 모병제 공론화의 마중물로 기대하는 이유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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