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 도착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방문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 논란에 대해 “미친 사람들” “공수처장을 구속 수사해야한다”며 맹공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선 “중범죄(대장동 의혹)로 얻은 돈을 갖고 대통령 만드는데 안쓰겠나.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며 원색 비난했다. ‘반문재인’ 정서를 고조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공수처를 향해 “제 처와 처의 친구들,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조회) 했다. 이거 미친사람들 아니냐. 단순한 사찰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불법 선거개입이고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있단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진욱 처장을 향해 “사표만 낼 게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며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게 40~60년 전 일도 아니고 이런 짓거리를 하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나”라고 쏘아 붙였다.
특히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쪽이 ‘대장동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며 “대장동 범인이기 때문에 (특검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부산저축은행, ‘고발 사주’ 등을 끼우자고 해서 얼마든지 하자고 했는데, 또 안받는다”며 “특검도 받지 못하는, 그래서 확정적 중범죄자로 표현하는 이가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 정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맞느냐.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고, “민주당 정권이 내세우는 공약, 이거 믿느냐”며 “(이 후보가) 공약을 ‘소확행’이라고 해서 지역마다 표를 얻기 위해 막 던지는데 어음정치다. 이 정권에서 어음이 결제되는 것 봤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많은 국민을 속였다. 똑같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해놓고 갈갈이 찢어놨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거친 발언’은 당 내홍과 배우자 리스크, 자질 시비 등의 겹악재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재점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텃밭’에서 반문재인 정서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핵심 지지층을 우선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겨레>에 “위기감이 크다보니 발언도 세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 책임자로서, 전통적 지지층의 반감을 덜기 위한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크게 환영한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다.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빨리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윤 후보가 이준석 당 대표라는 제동장치가 사라지자 폭주 기관차가 된 듯하다”며 “1일 1실언 컨셉에서 ‘1일 1막말’ 컨셉으로 나름의 전략을 바꾼 듯하다. 이 후보에 대한 거짓 주장은 법적 책임도 질 수 있는 중대한 발언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구/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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