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검찰이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와 정보를 압수수색한 경과를 재구성해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야 정치권이 10년 넘게 방치해온 수사·정보기관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유신통치 시절이던 1977년 개정돼 이듬해 3월 시행에 들어간
전기통신법에 뿌리를 둔다. 당시 ‘수사상 필요에 의해 관계기관으로부터 공중통신업무에 관한 서류의 열람·제출 요구가 있을 때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됐는데, 이 조항이 공중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계속 자리를 옮겨 살아남은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재판·수사·형 집행·국가안전보장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 수집’ 명목으로 수사·정보기관 등이 법원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업자 등에게 이용자 개인정보(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를 요청해도 통신사가 이에 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통신사가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임의수사)고 판단했지만, 현실에선 이를 거절하는 사업자는 없다. 2021년 상반기에만 검찰 59만7454건, 경찰 187만7582건, 국정원 1만4617건, 공수처 135건 등 사실상 ‘영장 없는 강제수사’가 이뤄지는 이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에 의한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지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집중 발의했다. △원칙적으로 법원 허가(영장)를 받도록 하고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일정기간(30일 또는 60일) 뒤 이용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며 △사업자가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4년과 2016년 통신자료 제공 제도가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대상자 범위의 포괄성 △사전 또는 사후 사법적 통제 결여 △통지 절차 부재 문제가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와 헌재에 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비협조로 별다른 논의 없이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의 입법 노력은 없다.
법무부,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은 “통신자료는 초동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특정을 위해 신속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영장주의를 적용할 경우 수사를 지연시키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후 통지 제도에 대해서도 “수사 대상 노출 및 행정비용 발생”을 이유로 반대 뜻이 분명하다.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법원도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초동수사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영장 도입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30일 “휴대전화, 노트북 등은 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담겨 있어 영장을 내줄 때도 수사 필요성을 매우 엄격하게 따진다. 반면 누구랑 통화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사생활 피해가 덜하다. 수사·재판 내용에 따라 상대방 특정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고 몇달치 통화내역을 봐야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검찰 등 수사기관은 여전히 별건수사의 유혹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30일 이내 통지 절차를 두되 필요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유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같은 당 강대식·허은아 의원도 30~60일 이내 통지 절차를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면 법 개정이 가능하지만, 검찰 출신 국회의원 등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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