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여성지방의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이 ‘고문’으로 활동하며 일정·메시지 등 선대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선대본부에) 몇 번 드나든 것이 전부”라며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세계일보>는 17일 ‘건진법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무속인 전아무개(61)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 상주하며 사실상 업무 전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권영세 선대본부장 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 고문이란 직함을 달고 소속된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자 복수의 선대본부 관계자들이 ‘비선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전씨가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바람에 이미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해 원인을 추적하다보니 ‘전 고문’이 지목됐다는 것이다. 전씨는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전씨가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해 10월 후보 경선 티브이(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적고 나온 게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무속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홍준표 의원은 윤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무속인이 선대본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도가 나오자 “최순실 사태처럼 흘러갈까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칭 국사인 무속인 건진대사가 선대위 인재영입 담당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충격”이라며 “아무리 정권교체가 중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들이 시중에 회자하고 있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는 이날 공보단을 통해 “보도에 거론된 전 아무개 씨는 선대본부 전국네트워크위원회 고문으로 임명된 바가 전혀 없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다만 “해당 인사가 전국네트워크위원회에 몇 번 드나든 바는 있으나, 선대본부 일정, 메시지, 인사 등과 관련해 개입할만한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씨가) 무속인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며,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 직책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네트워크본부를 들어본 적 없다”며 “그런 사람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선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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