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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 대통령 “부동산 문제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퇴임 뒤엔 정치 관여 안 해”

등록 2022-02-10 17:45수정 2022-02-11 02:35

연합뉴스·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 서면 인터뷰
젠더갈등에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
‘능라도 연설’ 임기 중 최고 장면…‘하노이 노딜’ 아쉬워
종전선언 “한미 간 문안까지 의견 일치…중국도 지지해”
남북정상회담 “선거시기·결과로 부적절한 상황 될 수도”
일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유감스러워”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 점이 (임기 중) 가장 아픈 일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종료를 석 달 앞두고 <연합뉴스>와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임기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점을 다시한번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가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집값 폭등 등 부동산 문제가 커진 원인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돼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돈이 부동산으로 급격히 몰”린 상황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해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최고의 민생문제로 인식하고 투기 억제, 실수요자 보호, 공급확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그 노력으로 부동산 가격은 최근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주택 공급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사전 청약도 늘려가고 있다”며 “주거 안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 부동산 문제가 다음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집권 진보진영 여당과 보수진영 야당이 대선을 앞두고 남성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안티페미니스트’의 목소리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이 된 원인과 해법을 묻는 질문에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청년층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라며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건강한 토론으로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임기 중 최고의 장면으로 2018년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뤄진 ‘능라도 연설’을, 아쉬운 대목 중 하나로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 ‘하노이 노딜’을 꼽기도 했다. “임기 5년간 전쟁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고, 군사적 대결 대신 대화와 외교로 방향을 전환시킨 것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하노이 노딜은 그때까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던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멈추게 하고 장기간 교착국면을 초래하게 돼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소한 ‘대화의 계속’이 담보됐어야 했는데, ‘노딜’로 끝난 것이 매우 아쉽다”며 “그 경험을 교훈으로 삼으면서 지금이라도 싱가포르 선언에 입각해서 서로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면 해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화’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종전선언 체결이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내려놓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구상과 관련해 “한미 간에는 북한에 제시할 문안까지 의견 일치를 이룬 상태다.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소통을 해왔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종전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정부 임기도 석 달밖에 남지 않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대화 의지가 있다면 대면이든 화상이든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 “대화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다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다가온 선거 시기와 선거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제대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면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남북정상회담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며 실제적인 대북 접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은 시간문제일 뿐 결국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경험을 교훈 삼으며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면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만약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재개)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5년 전의 전쟁 위기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끈질긴 대화와 외교를 통해 이런 위기를 막는 것이야말로 관련국들의 정치지도자들이 반드시 함께해내야 할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중국과 일본 등 최근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이웃 국가들과의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관련해선 ‘최근 국내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래지향적 한중 관계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을 강화해 양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특히 양국미래세대인 젊은층 상호 간 이해를 제고하고 우호 정서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팬데믹 상황 때문에 제약을 받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균형 외교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도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답변했다.

일본과 관련해선 위안부 피해자 문제나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을 위한 방안을 두고 일본과의 대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 “한일 간에 풀어야 할 현안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나 아직 접점을 마련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 당시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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