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귤 사진.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트위터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글과 함께 성난 얼굴이 그려진 귤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공식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합니다(We stand with Ukraine)”라는 글과 함께 귤 사진을 올렸다. 양쪽에 귀 모양이 생기도록 껍질을 깐 귤에는 두 눈을 부릅뜬 만화 캐릭터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귤 사진.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트위터 갈무리
해당 게시물은 3시간 만에 2000회 이상 공유됐고, 인터넷에서는 성난 표정의 귤이 상징하는 의미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외신 기자를 비롯한 일부 누리꾼들은 이 게시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사태와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가볍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 외신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윤 후보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윤 후보의 이 계정이) 귀여운 반려동물 사진을 업로드하는 계정이지만, 전쟁에는 귀여움은 없다”고 비판했다. 호주공영 <에이비시> (ABC)방송 소속 스테픈 지에지츠 기자도 “여태껏 눈치 없는 트위트를 봐왔지만, 한국의 유력 보수정당 대선 후보의 이런 행보는 참으로 당혹스럽다”고 꼬집었다.
국내 누리꾼들도 귤 사진과 외신 기자들의 반응을 공유하며 “국제적인 망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호주공영 <에이비시>(ABC) 방송 소속 스테픈 지에지츠 기자의 트위트. 트위터 갈무리
국민의힘은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물을 3시간여 만에 삭제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담당자가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의 의미가 퇴색되는 현재 상황을 나름대로 반영해 응원한다는 취지로 올렸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오렌지 혁명은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대선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뜻한다. 오렌지색은 당시 야당을 상징하는 색으로, 시민들은 당시 대선에서 친러시아 정책을 펴던 여당이 부정선거를 하자 이를 규탄하며 시위에 나서 결국 재선거를 치르게 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옹호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 앞에 사과를 들이댄 일명 ‘개 사과’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계정을 폐쇄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 쪽에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전용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윤 후보는 응원인지, 장난인지 모를 트위트를 올렸고 논란이 일자 바로 삭제했다. 제 발 저린 것”이라며 “개사과 당시에도 깊은 반성은 없었고, 이젠 국가적 망신까지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