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자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하서신을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주한미국대사대리와 주한중국대사와 잇따라 접견했다. 후보 시절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윤 당선자는 이날 한-미 동맹을 거듭 강조했고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에선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한국의 유일한 동맹 국가는 미국이다.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속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그런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기후 협력, 보건의료, 첨단기술 등 이런 모든 의제들이 한-미 간의 혈맹을 바탕으로 해서 포괄적으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이 반미-친중 기조인데다, 북한에는 굴종적인 태도를 취해 한-미 동맹 약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약화된 연합 방위 태세를 재건하고 북핵에 대한 한·미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델 코소 대사대리는 한·미·일 삼각 공조를 염두에 둔 듯,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도 언급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면 아시겠지만, 적절한 시기, 적절한 방식에 따른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도 오전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공조체제를 거듭 강조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양국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 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미래 과제가 많은 만큼,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자”며 “양국 현안을 합리적으로,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후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사안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기시다 총리와 윤 당선자가 통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북한 미사일과 핵 개발 문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윤 당선자 취임 뒤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계 개선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윤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다만 이날 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 양국이 대립하고 있는 현안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의 만남에선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책임 있는 세계 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기를 우리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받아든 윤 당선자는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고 중국의 3대 교역국이 우리”라고 강조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경제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 일정 수준의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하며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시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양국과 양국 국민들에게 복지를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싱 대사에게 고위급 회담 정례화 등 소통을 강화해 한-중 수교 30주년의 의미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제안도 했다. 다만 윤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을 “이념 편향 외교”라고 비판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를 주장하는 등 중국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만큼 향후 관계 설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